리가켐바이오, 플랫폼기업 넘어 글로벌 신약개발사로 승부수

2026-07-09 13:00:0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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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임상 개발로 전략 전환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가 연구개발 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조기에 기술이전하는 기업을 넘어, 자체 임상개발 역량을 갖춘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리가켐바이오는 8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R&D Day 2026’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인 ‘LCB 2.0’을 공개했다.

◆기술을 파는 회사에서 신약을 만드는 회사로 = 리가켐바이오의 성장한 배경에는 독자적인 ADC 플랫폼이 있었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링커와 페이로드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전임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성과를 쌓아왔다.

앞으로는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기보다 일부 핵심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임상 2~3상까지 직접 개발한 뒤 기술이전하는 방식을 적극 추진한다. 임상 단계가 진전될수록 기술 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만큼 계약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세계적으로 ADC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가 2.0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3년 내 신규 파이프라인 임상을 본격화하고 5년 후에는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확보하는 초격차 전략을 달성하지 못하면 우리가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장 강한 메시지는 김용주 회장의 발언에서 나왔다. 김 회장은 최근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급격한 성장과 ADC 분야 진출 확대를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김 회장은 “중국의 물량 공세는 바이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ADC의 개념이 정립된 지도 100년이 넘었다. 플랫폼만으로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특허가 만료되면 유사 플랫폼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간 4~5건 IND, 5년 내 20개 후보물질 확보 = 리가켐바이오는 연간 4~5건의 임상시험계획을 확보하고 향후 5년 안에 약 20개의 베스트 인 클래스 또는 퍼스트 인 클래스 ADC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국 보스턴 자회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개발 체계를 강화하고 TROP2 ADC, B7-H4 ADC, BCMA ADC 등을 핵심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육성한다.

정철웅 ADC연구소장은 올해 신규 임상 진입 예정 파이프라인으로 CLDN18.2 표적 ADC인 LCB02A와 BCMA 표적 ADC인 LCB43을 소개했다.LCB02A는 이미 글로벌 임상 1·2상 IND 승인을 완료했다. 올해 3분기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LCB43은 기존 BCMA ADC의 안구 독성을 개선한 차세대 후보물질로 개발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변화는 ADC 자체에 머물지 않겠다는 점이다. 한진환 최고기술책임자는 “ADC 자체가 완벽한 모달리티는 아니다”라며 “온콜로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양 분야에서 축적한 ADC 기술을 바탕으로 퇴행성 질환과 자가면역질환 등 비종양 영역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새로운 모달리티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가켐바이오는 △Low DAR 플랫폼 △Dual Payload ADC △이중항체(BsAb) ADC △신규 페이로드 개발 △면역항암 병용전략 △펩타이드 및 미니바인더 기반 전달체 등 차세대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특히 현재 글로벌 ADC 시장에서 내성 문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페이로드 확보에도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항체 직접 확보, 기술이전 수익 극대화 = 리가켐바이오는 기존에는 외부 기업이 개발한 항체를 도입하거나 공동개발을 통해 ADC를 제작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항체 전문 CRO를 활용해 자체 설계한 항체를 확보하는 방식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항체에 대한 수익 배분 부담을 줄이고 기술이전 시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채제욱 수석부사장은 “직접 확보한 항체를 활용하면 기술이전 이후에도 수익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며 “초기 기술이전보다 임상을 진행해 가치를 높인 뒤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리가켐바이오는 플랫폼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을 넘어 글로벌 혁신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또한 글로벌 빅파마와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ADC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리가켐바이오가 향후 3~5년 동안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임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후기 임상 단계에서 고부가가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지 주목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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