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 지하도로 프로젝트 추진한다

2026-07-09 13:00: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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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우면동-용산구 서빙고동 연결

‘교량 대신 지하로’ 교통정책 새 실험

서울시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심도 지하도로 건설을 본격 추진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강 교통망을 확충하면서도 한강 경관과 수상공간을 최대한 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강을 건널 때 ‘위’가 아닌 ‘아래’로 길을 내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 전략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9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초구 우면동과 용산구 서빙고동을 연결하는 ‘우면~용산 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한다. 총연장 약 9㎞ 가운데 한강 하저를 통과하는 구간을 포함한 왕복 4차로 규모다. 시는 올해 주민 의견 수렴과 행정절차를 거쳐 2029년 착공, 2033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반포대로와 강남권, 용산권을 잇는 남북축 교통망이 강화되고 상습 정체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한강을 횡단하는 지하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가 구상하는 지하도로(우면산터널~녹사평대로)와 연결된 강남터미널 앞 고가에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한강 지하도로가 추진되면 해당 고가는 철거된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이번 사업은 단순한 도로 신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울의 도로정책이 ‘교량 중심’에서 ‘지하 중심’으로 확연하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는 한강을 건너는 교량이 3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 출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고 새로운 교량을 건설할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교량은 한강 경관을 훼손하고 조류 흐름과 생태환경, 향후 확대될 수상교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역시 한강을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되돌리고 수상교통과 문화·관광 기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하도로는 이런 방향성과도 추구하는 지향이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서울시가 한강을 종으로 가로지르는 지하도로를 추진한 건 이번뿐 아니다. 과거에도 강남과 용산을 연결하는 한강 하저터널이나 남북축 지하도로 구상이 여러 차례 검토됐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부족, 민간투자 여건 미성숙, 대심도 굴착 기술 한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대부분 계획 단계에서 멈췄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직경 14~16m급 초대형 TBM(Tunnel Boring Machine·터널굴착기)을 활용한 대심도 터널 시공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지반을 굴착하면서 동시에 콘크리트 보강 구간을 조립해 터널을 만드는 방식으로 소음과 진동, 지반 침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광역철도와 각종 대심도 도로사업을 통해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축적되면서 한강 하저 통과에 대한 기술적 부담도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이미 서부간선지하도로와 신림~봉천터널 등 대심도 도로를 잇따라 개통하며 지하 교통망 구축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경험을 한강 횡단축으로 확대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조달은 물론 민간투자 적정성, 통행료 수준,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안전성 확보와 장기 유지관리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서울의 교통 인프라가 더 이상 지상 확장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계획 분야에선 장기적인 한강 접근 및 교통정책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산대교처럼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한강의 경관을 흐릴뿐 아니라 수상교통 활성화에도 장애가 되는 교량 대신 지하로 한강을 횡단하는 교통망 설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없어지면 큰 일 날 것 같았던 도심 속 고가를 없애고 도시계획을 새로 짠 것처럼 한강 다리를 없애거나 줄이는 구상을 할 때가 됐다”며 “한강 위에 또 하나의 다리를 세우는 대신 강 아래로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서울시의 선택이 도시계획 및 대도시 교통정책의 새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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