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삼성·하이닉스에도 “미국에서 더 만들라”

2026-07-10 13:00:01 게재

러트닉, 마이크론 행사서 촉구

반도체 자국 생산 압박 강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 중심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압박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클레이 타운에서 열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 건설 행사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사들은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기업과 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기업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및 반도체 생산시설의 미국 회귀 정책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사업을 해야 할 곳이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세계가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공장과 기술 개발에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 계획보다 50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마이크론은 뉴욕주와 아이다호주, 버지니아주 등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미국 내 D램 생산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로 미국 전역에서 9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최대 3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5억달러는 대만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텍사스 공장 확장 지원에 투입된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와 메모리는 현대 경제의 초석이 됐다”며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일 ADR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구도다.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HBM 시장 주도권 경쟁과 미국 내 생산 확대 경쟁이 동시에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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