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2500억달러 투자 확대

2026-07-10 13:00:01 게재

AI 서버 투자에 메모리 과열 … 애플 가격인상·정부 견제도 변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회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맞춰 미국 내 투자 계획을 2500억달러로 늘렸다. AI 데이터센터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거 사들이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자,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키워 수요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 3사가 너무 큰돈을 벌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어 고객 반발과 정부 견제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기존 2000억달러였던 미국 투자 계획에 500억달러를 추가했다. 투자 기간은 2035년까지이며 뉴욕, 아이다호, 버지니아 공장 확장이 포함된다. 마이크론은 10년 뒤 자사 D램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가 “9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를 형성할 최첨단 기술이 바로 미국에서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마이크론 주가는 뉴욕 증시 개장 후 한때 9.1% 오른 1035.5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250%를 넘어서며 미국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대량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저가 범용 부품을 팔던 과거와 달리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이번 투자에는 공급망 확보 전략도 들어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30억달러를 쓰고, 이 가운데 5억달러를 대만 웨이퍼 공급업체 글로벌웨이퍼스에 전략 금융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얇은 원판이다. 두 회사는 10년 계약을 맺고 마이크론의 장기 생산 계획에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의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증설 계획과도 맞물린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수년간 생산 능력 확대에 합쳐 88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도 준비 중이며, 약 27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규모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호황이 고객 불만과 규제 논란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칼럼니스트는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사가 D램 시장의 90%와 HBM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순이익은 830억달러로 추정된다.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은 80.4%로 대형 기술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고, SK하이닉스도 71.5%, 삼성전자는 52.2%를 기록했다.

공급 부족은 소비자 가격으로도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메모리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맥, 아이패드, 홈 기기, 비전프로 가격을 약 20% 올렸다고 전했다. 애플은 부족한 메모리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 구매도 검토했지만, 두 회사가 미 전쟁부(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규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와 소기업은 지난달 미국에서 메모리 3사가 D램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며 집단소송을 냈다. 메모리 업체들은 이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투자설명서에서 정부 조사, 민사소송, 규제 감독 강화, 보조금 조건 변경, 제품 가격과 배분에 영향을 주는 입법·행정 조치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장기 고객 관계 악화와 정부·규제 당국의 관심 확대를 위험으로 언급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공장 건설을 위해 64억달러 규모 보조금과 35% 투자 세액공제도 받을 예정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 목적은 분명하지만, 막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세금 지원까지 받는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브라이언트 칼럼니스트는 “과점 기업이 다른 모두의 비용으로 전례 없는 이익을 낼 때 갈등은 거의 보장된다”고 썼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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