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최전선 '북극항로 이용' 해양과학기술로 뒷받침
친환경컨테이너선·차세대쇄빙연구선 개발 진행
국내 조선·해운산업기술경쟁력 높이며 북극항로 선도
해양수산부는 8월말에서 9월 사이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에서 유럽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보내는 시범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운항과 연관된 국가들과 최종 협의를 마무리하면 선박과 화물 선원 등의 최종 계약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서양항로 태평양항로에 이어 새롭게 열리는 북극항로를 친환경 과학기술로 뒷받침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동구 아스티호텔에서 열린 ‘제3회 친환경 북극항로포럼’에서는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 폭을 넓히기 위한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개발’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북극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현황 및 운영계획’ 현황이 공개됐다.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관련 설계기술 확보와 국제 규제·표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조선·해운 산업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주형민 극지연구소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단장은 극지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쇄빙연구선의 주요 성능과 핵심 차별화 기술을 설명했다. 주 단장도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구자림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장은 차세대 쇄빙컨테이너선과 쇄빙연구선의 모항이 될 부산항의 친환경 북극항로 5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극지연구소 부산항만공사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정부와 학계 산업계 등에서 대거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북극항로 열어갈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 정성엽 책임연구원(공학박사)은 정부가 올해 4월부터 2030년 연말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개발’ 사업이 해결해야 할 △유빙 탐지·예측 △쇄빙성능 향상 △최적 항해계획 수립 △착빙방지 등 기술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북극항로는 크게 러시아 연안을 따라 펼쳐진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쪽 연안을 따라 펼쳐진 북서항로, 북극해 중앙을 관통하는 항로 등이 있다. 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는 북동항로인데, 한국에서 말하는 북극항로는 대부분 북동항로를 뜻할 경우가 많다.
올해 시범운항도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간다. 국제사회는 2012년 북동항로와 북서항로에 대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2013년부터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본격 시작했다. 북극이사회에 따르면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2013년 1298척에서 지난해 1812척으로 39.6% 증가했다. 이용선박도 어선에서 화물선으로 다양해지고 있고, 선박 이용이 늘면서 북극권 환경파괴와 원주민 피해 등도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륙인 남극과 달리 바다로 이뤄진 북극지역은 기온이 지구 전체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빙권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북극의 얼음 감소는 바다의 태양열 흡수를 가속하고 이는 기온상승으로 다시 연결된다. 기후변화는 극지방 뿐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반부 중위도에 있는 한국도 북극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고 있다. 북극항로 이용 원칙이 친환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 박사는 “북극해의 겨울은 밤이 계속되는 극야현상이 이어지고 얼음이 많지만 운항하면서 얼음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유빙의 탐지와 예측, 쇄빙기능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기 중 수증기가 얼어붙으면서 생기는 착빙 현상을 예방하는 기술도 필수다. 선박에 착빙현상으로 얼음이 선체를 덮으면 선박의 복원 안전성을위협하고 승선원의 작업 안전성도 위협한다. 얼음을 피하거나 쇄빙가능한 얼음지역을 찾아 운항하는 최적 항로를 제시하는 ‘최적 항해계획 수립’은 해양과학과 우주과학의 결합이 필요하다.
정 박사는 “위성정보를 활용해 얼음두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며 “어떤 시기에 어떤 선박이 어떤 구간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 선박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운항경로로 항해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핵심은 두 가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이 운항하면서 배출하는 가스 중 불완전 연소로 인한 ‘블랙 카본’을 줄이는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블랙카본은 얼음의 태양광 반사기능을 줄이고(열을 흡수하고) 원주민들 생활권에도 피해를 준다. 선박이 운항하면서 내는 엔진소리나 쇄빙과정에서 생기는 소음 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선박의 소음(수중 진동)은 음파로 소통하는 고래 등 북극 포유류의 생태를 파괴한다. 정 박사는 “소음 줄이는 기술이 권고사항에서 강제사항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빙선에 대한 연구는 국제사회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북극항로까지 확장한 ‘빙상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해안경비대의 북극권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형급 쇄빙선 건조프로그램에 43억달러(6조4500억원), 중형선 쇄빙선 건조에 35억달러(5조25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 박사는 “미국이 캐나다 핀란드와 함께 쇄빙선 건조·기술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과 진행하는 ‘마스가’(미국조선산업부흥) 프로젝트에도 쇄빙선 사업을 포함했다”며 “쇄빙컨테이너선은 북극항로 사업에서 유망한 선종이지만 아직 개발되기 전 단계로 건조 난이도가 높아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연구개발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국정과제로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와 팬스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 사업도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2030년까지 8000TEU급 이상 쇄빙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설계 및 표준선형 3건 이상을 개발할 계획이다. 모형시범에 필요한 빙상환경 구현과 시험정도 향상을 위한 장비·시스템도 5건 이상 구축하고 국제규제 및 기술표준 개발도 각각 2건 이상 개발할 예정이다.
◆북극바다 위 종합과학기지 쇄빙연구선 =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극지연구소는 1세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을 2029년말까지 마무리하고 2030년에는 북극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다. 계획된 시기보다 출발이 늦어졌지만 쇄빙연구선 건조 예산은 당초 2279억원에서 2822억원으로 늘었다.
아라온호는 지난 15년간 남·북극을 30회 이상 왕복하며 남극기지 물자 보급과 탐사를 지원하며 극지 과학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두께 1m 이상의 두꺼운 다년빙 지역에 진입할 수 없고 1척으로 남극과 북극을 병행하며 탐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어 늘어나는 탐사수요를 채울 수 없었다.
7400톤급 규모(정원 60명)로 대형 장비와 다국적 연구진을 수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1.5m 두께의 평탄빙을 3노트 속력으로 항해하면서 연속 쇄빙할 수 있다. 영하 45도 극저온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선체(강재)로 다년생 얼음을 포함한 2년생 얼음 조건에서도 연중 운항할 수 있다. 상갑판 노출부위와 통신 마스트 등에 온열시스템을 적용해 착빙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결빙방지 설계도 적용했다.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북극 심부 해역까지 전방위 조사 역량을 확보한 것이다.
또 승선원 100명(승무원 34명, 연구원 66명)을 태우고 75일 이상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동적위치제어 장치를 탑재해 단일 고장이 발생해도 기능을 상실하지 않게 설계했다. 최대 컨테이너 52개를 적재할 수 있고 헬기갑판 격납시설 등도 갖춘다.
극지연구소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건조되면 아라온호는 남극, 차세대 새빙연구선은 북극을 전담하면서 양극지를 더 집중 탐사하며 극지과학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라온호 혼자 남극 북극을 오갈 때는 연간 약 150일의 이동항해 일수를 제외하면 연구항해 일수는 85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척의 쇄빙연구선이 역할을 분담하면 이동항해 일수를 줄여 남·북극 연구항해 일수가 277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극지연구소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보유한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친환경 리더십을 국제사회에서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극지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지 통합 인프라(3대 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를 독자 운영할 역량과 20년 이상 축적된 극지환경 데이터 및 16년 연속 아라온호 탐사 노하우를 보유한 신뢰자산을 획득하게 됐다. 또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을 견인한 핵심기관으로 다자간 과학외교도 주도한 경험을 보유했다.
주형민 단장은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북극 상업항로 개척에 필요한 과학 데이터 제공, 북극해 심부의 수산자원 분포와 해저 지질 광물 자원 탐사, 국내 조선기자재 시장의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