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 굳혀
생산량, 러시아·사우디보다 40% 많아 … 4월 석유 수출 사상최고치 경신
미국이 2025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며 최대 산유국 지위를 굳건히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시추 생산성과 운용 효율성 개선 = 10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국제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에 오른 이후 8년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유와 콘덴세이트를 합친 미국의 2025년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에 세운 종전 최고 기록인 1320만배럴을 1년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는 2위 러시아(990만배럴)와 3위 사우디아라비아(960만배럴)를 약 40% 웃도는 수치다. 이어 캐나다(500만배럴) 이라크(440만배럴) 중국(430만배럴) 이란(410만배럴) 아랍에미리트(380만배럴) 브라질(380만배럴) 쿠웨이트(260만배럴)가 4~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콘덴세이트는 원유나 천연가스 개발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를 말한다.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액체가 되는 초경질유를 뜻한다.
미국의 생산량 증가는 주요 셰일분지에서 시추 생산성과 운영 효율성이 꾸준히 개선된 결과로 분석된다. 2025년 유가 하락에도 유정당 생산량이 늘면서 전체 산유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국제 공급 과잉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024년 배럴당 77달러에서 2025년 65달러로 떨어졌지만,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걸친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하루 630만배럴에서 660만배럴로 4% 늘었다. 퍼미안 분지 한 곳이 올해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48% 수준에 이른다.
2008년 시작된 셰일 오일·가스 개발은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세를 반전시킨 계기가 됐다. 이후 셰일 개발에 힘입어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일 뿐 아니라 역사상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경쟁국들과의 격차는 2025년 더 벌어졌다. 러시아는 자발적 감산과 우크라이나 관련 분쟁 여파로 생산량이 2024년 990만배럴에서 정체됐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 완화에 힘입어 2024년 920만배럴에서 2025년 960만배럴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동전쟁후 미국산 석유 수혜 = 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6년 약 1370만 배럴 수준을 유지하다 2027년 1420만 배럴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WTI 가격이 2026년 배럴당 22달러 오른 88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격 상승과 셰일 유정 생산성 향상이 맞물려 증산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증산과 함께 퍼미안 분지 등 석유 중심 유전에서 나오는 부수 천연가스 생산량도 급증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발전과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신 통계가 확정된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2025년 천연가스 생산량 통계는 연말쯤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이란과의 중동전쟁 이후 석유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국제 원유 및 정제 제품 흐름의 차질로 인해 4월 미국 석유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4월 수출량은 하루 1360만배럴로, 이전 최고 기록인 3월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수혜를 입은 셈이다.
원유 수출은 전체 석유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4월 평균 수출량은 하루 560만배럴로 2023년 12월에 세운 이전 최고 기록보다 21% 늘었다. 프로판은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월간 데이터 기준 처음으로 하루 200만배럴을 돌파했다. 경유 등 증류연료유는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하루 160만배럴에 달해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