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사공동결정제, 경쟁력일까 걸림돌일까

2026-07-10 13:00:09 게재

인공지능(AI), 전기차, 탄소중립, 지정학적 갈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기업이면 노동자 대표가 감독이사회에 참여하고 5명 이상 사업장에는 사업장평의회를 설치할 수 있다. 사업장평의회는 인사와 노동조건은 물론 디지털 기술 도입과 작업조직 개편, 생산방식 변화 등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정보권·협의권과 법률이 정한 공동결정권을 행사한다.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떠받쳐 온 공동결정제가 산업 대전환 시대에도 경쟁력의 원천인지, 혁신의 걸림돌인지가 새로운 논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금속노조(IG Metall) 위원장 크리스티아네 베너. 베너 위원장은 폭스바겐 경영진의 추가 구조조정과 공동결정제 약화 움직임에 반대하며 “필요한 것은 인력감축과 임금삭감이 아니라 책임 있는 경영과 현명한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www.igm-bei-vw.de

비판론자들은 공동결정제가 기업의 대응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슈테펜 캄페터(Steffen Kampeter) 독일사용자연맹(BDA) 사무총장은 2025년 사업장공동결정제 개정 논의 과정에서 “사업장평의회는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공동경영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기업에 속도와 적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동결정 절차가 과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독일금속산업사용자협회(Gesamt metall)도 공동결정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혁신과 구조전환을 저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전기차와 AI 시대에는 공장 전환과 인력 재배치, 생산라인 개편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쾰른경제연구소(IW Koeln) 노동시장 전문가 올리버 슈테테스(Oliver Stettes)는 2024년 디지털·친환경 전환을 이유로 공동결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실증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공동결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경제학계는 독일 산업의 위기를 공동결정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반박한다. 뒤셀도르프대학 경제학자 옌스 쥐데쿰(Jens Suedekum) 교수는 2025년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의 부상,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공공·디지털 투자 부족, 전기차 전환 지연 등 구조적 요인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회복의 핵심은 숙련인력 확보와 직업훈련, 혁신 투자, 노사 협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동결정제 연구의 권위자인 제바스티안 지크(Sebastian Sick)는 공동결정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기보다 그 질을 높이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면 현장의 정보가 경영진의 전략에 반영되고 투자와 구조조정의 위험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처럼 조직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변화일수록 노동자의 참여와 신뢰가 혁신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한스 뵈클러 재단(Hans Boeckler)의 실증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동결정이 활성화된 기업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고용과 투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직업훈련과 연구개발, 디지털·친환경 전환을 위한 장기 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동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협의 비용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회복력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공동결정제를 둘러싼 독일의 논쟁은 제도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산업 대전환에 맞게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면서도 AI와 디지털 전환에 걸맞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결정적이다. 공동결정제는 산업 대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한 새로운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시험에 직면하고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