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 18 곽승환 GQT코리아 대표
양자암호시장 성장 걸림돌 해결…부품장비 대중화 이끈다
광학장치 초소형 칩에 집약, 장비크기 95%·가격 85% 낮춰
98억원 규모 국책과제 수주, 국내외 약 100억원 투자유치
“대기업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가 양자시장 선점의 걸림돌”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 연구소에서 만난 곽승환 GQT코리아 대표의 인터뷰 첫 마디였다.
GQT코리아는 양자광집적회로와 단일광자검출 기술을 바탕으로 크고 비싼 양자암호장비를 작고 저렴한 부품으로 만드는 회사다.
양자광집적회로는 복잡한 광학장치를 초소형 칩에 집약해 장비의 크기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기존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광학파트는 A4 두 장 정도의 크기였으나 광집적회로 기술을 통해 손바닥만 한 모듈로 제작이 가능하다.
단일광자검출 기술은 극도로 미세한 빛의 신호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술이다. 양자암호 시스템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한다. 양자암호는 정보전달 과정에서 외부침입이나 도청시도를 즉각 감지할 수 있는 보안기술이다. 미래 통신보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수기술 아닌 사용기술로 전환 = GQT코리아는 이 기술들을 실제 통신장비와 산업 기반시설에 적용해 양자보안을 ‘특수한 기술’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기술’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GQT코리아의 전략은 시장현실이다. 곽 대표는 “좋은 기술인데 시장이 안 열리는 이유는 경제성”이라며 “지금 구조로는 양자암호가 필요한 곳이 많아도 실제 도입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양자암호장비는 대당 가격이 높고 부피도 커 시장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장비 한대당 3억원(60KM 기준)이 넘는다.
GQT코리아는 이러한 한계를 양자광집적회로와 단일광자검출기술로 풀었다. 복잡한 광학계를 손톱보다 작은 칩 하나로 통합해 장비크기는 95%, 가격은 85%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서버공간을 차지하는 대형장비가 아니라 다른 통신장비 안에 넣을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며 “그렇게 돼야 통신사 입장에서도 운영부담이 줄고 시장이 열린다”고 말했다.
GQT코리아 기술력은 국가과제 수주와 투자유치에서 확인된다.
GQT코리아는 90억원 규모의 ‘양자광집적회로 칩 기반 모듈형 양자암호키분배 시스템 개발’ 과제를 비롯해 누적 98억원 규모의 국책과제를 2024년 수주했다. 양자암호키분배는 도청시도가 있으면 흔적이 남는 방식이다. 암호키를 안전하게 주고받는 기술이다. 북미에서 8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에서는 3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프리(Pre)A 55억원 가운데 45억원이 확정됐다.
곽 대표는 “정부지원과 양자기술투자 확대 덕분에 자금문제는 많이 나아졌다”며 “이제는 기술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취약한 보안문제서 양자 미래 봐 = 2022년 설립된 GQT코리아가 양자암호장비 분야에서 앞설 수 있는 건 곽 대표의 기술여정과 맞닿아있다.
곽 대표는 1997년 SK텔레콤에 입사해 데이터 통신장비와 신사업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2005년부터는 양자기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 통신보안의 취약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양자암호’에서 답을 찾았다.
회사에 “양자혁명이 반드시 온다”며 전문사업 필요성을 설득했다. 정확히 5년 10개월 걸렸다. 그는 201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산업용 양자연구소 출범을 이끌어냈다.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양자난수생성칩 등을 개발했다. SK텔레콤의 양자암호장비 상용화와 국가융합망 양자암화장비구축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만들었다.
그는 이 시기를 두고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갔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스위스 ID Quantique(IDQ)를 인수하자 그는 부사장으로 3년간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약 200억원 규모의 국가융합망 양자암호장비구축을 지휘했다.
이때 곽 대표는 기술을 보유해도 조직이 느리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대기업이다 보니 인력채용이나 새로운 과제진행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이렇게 느리게 움직여서는 지금까지 확보한 양자암호 리더십도 놓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미국에 본사 준비 = GQT코리아는 좋은 기회가 오면 미국의 대형 국책과제도 수령할 계획이다. 적당한 시점에는 미국 사무실을 본사로 전환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 양자기술 분야는 투자금 규모나 기업가치평가에서 미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실제 설치와 적용 가능성을 가장 중시한다. 그는 “양자기술의 승부는 누가 더 먼저 연구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먼저 시장의 기본값으로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