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외국인 지갑 열리자 활기 충만

2026-07-14 13:01:2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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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이어 K화장품까지 ‘쇼핑 관광’ 전성시대 … 한류 문화 상품, 관광객 견인

국내 유통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백화점들은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고, K뷰티를 앞세운 올리브영 역시 지난해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관광 소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소비가 명품 중심에서 K패션, K화장품, 식음료까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백화점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롯데백화점 제공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1~6월 외국인 매출이 약 6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7348억원 87% 수준을 상반기에 이미 달성했다. 4월 이후에는 매달 월간 최고 매출 기록을 새로 쓰고 있으며, 이달 중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세라면 3분기 중 업계 최초로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백화점 외국인 고객들이 해외 명품과 패션 상품 구매를 크게 늘였다. 올해 상반기 해외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패션 상품군은 135% 증가했다.

명동에 위치한 본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 약 30%에 이를 정도로 대표 관광형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다. 잠실점 역시 롯데월드몰과 에비뉴엘, 롯데월드타워 등을 연계한 관광 수요를 흡수하며 외국인 매출이 120% 늘었고, 부산본점과 동부산점도 각각 150%, 170% 증가하는 등 수도권을 넘어 지방 점포까지 성장세가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58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이 약 6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에만 지난해 실적 약 90%를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처음으로 연간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고객 국적이 중국 중심에서 미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양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9년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 고객 비중은 77.5%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8.5%로 낮아졌다. 반면 미국은 1.1%에서 19.1%로 크게 확대됐고, 기타 아시아 국가도 14.9%까지 늘었다.

소비 품목도 달라졌다. 명품뿐 아니라 남성의류 여성의류 화장품 식음료 등 전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쇼핑 목적의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한국 생활문화 전반을 체험하려는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 7000억원에 근접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를 넘는 더현대 서울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3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쇼핑 안내 서비스 ‘헤이디 글로벌’에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추가하고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지원도 시작했다. 태국과 일본, 싱가포르 주요 백화점과 손잡고 해외 우수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외국인 고객 편의성도 높이고 있다.

외국인 소비 확대는 백화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화장을 대표하는 올리브영은 지난해 외국인 구매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관광 소비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CJ올리브영 서울 성수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외국인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 오프라인 매출의 25%를 넘어섰다. 외국인 고객의 화장품 구매 가운데 상당수가 올리브영에서 이뤄질 정도로 대표 쇼핑 장소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들의 소비 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명동 등 유명 관광지 한두 곳을 방문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 특화 매장까지 찾아다니며 여러 매장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와 부산 강원 광주 등 비수도권 점포 이용도 크게 증가했다.

구매 품목 역시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을 넘어 건강식품과 건강관리 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K화장품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한국 생활문화 전반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외국인 소비 증가 배경으로 한국 관광의 질적 변화를 꼽는다. 단체 관광보다 개별 자유여행객이 늘었고 K팝과 드라마, 음식 등 한류 문화상품 등 관광 수요를 견인하면서 쇼핑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도 외국인 맞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국어 안내 서비스를 확대하고 해외 간편결제 수단을 늘리는 것은 물론 외국인 전용 회원제와 관광기관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점포별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상품을 강화하며 쇼핑과 관광, 문화 체험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소비는 단순히 백화점이나 화장품 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고 식음료와 숙박 관광 등 지역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며 “K화장품과 K패션,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 쇼핑 수요는 앞으로도 국내 유통업계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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