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호남 구애’ 과열…외연 확장 걸림돌?

2026-07-14 13:00:11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당권 주자 ‘한 달 살이’·민심 청취 앞세워 방문

정책 의제 사라지고 혁신 경쟁 뒷전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가 계파 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호남 표심 잡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권리당원이 집중된 지역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나치게 과열된 ‘호남 구애’가 정책 의제 경쟁과 당의 외연 확장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오는 16일로 예정된 후보 등록 기간이 임박하면서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3일 ‘이재명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며 당대표 선거에 나섰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도 최민희 의원 등 10여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국 권리당원 30% 정도가 밀집한 호남 쟁탈전 역시 가열됐다. ‘호남 적자론’을 내세운 송영길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17일까지 호남 상주를 선언했다. 지난 6일 광주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민석 의원도 지난 10일 전북을 찾아 민심을 청취했다. 정 전 대표도 같은 날 전남광주특별시 조선대에서 특강을 열고 이재명정부 성공과 당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최고위원 후보의 호남행도 잦아졌다.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1일 조선대에서 특강을 했다. 박선원 의원은 13일 여수에서, 김영호 의원은 같은 날 전남광주특별시의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지원을 약속했다. 서미화 의원도 이날 출마를 선언하고 “호남의 딸 서미화가 부강한 호남을 만드는데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호남을 찾는 배경은 승패를 좌우할 권리당원이 밀집해 있어서다. 또 호남 민심이 ‘수도권과 전국 향우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작용했다. 호남 권리당원은 광주 11만2000여명, 전남 20만명, 전북 19만명 정도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당권 주자 입장에서는 호남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열된 ‘호남 구애’가 오히려 당의 외연 확장을 어렵게 하고 충청과 영남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표만 쫓는 득표 활동이 정책 의제 경쟁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당대표 후보 등이 호남 지원을 강조했지만 정작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배제된 전북과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호남 한 중진의원은 “당대표 후보가 됐든 최고위원 후보가 됐든 구체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지지를 요청해야 하는데도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외연 확장을 위해 당대표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대표 선출방식인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 중에서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민병로 전남대 법대 교수는 “권리당원이 많은 곳을 자주 찾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당대표 선출 방식과 권리당원 자격 기준 완화를 함께 고민해야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