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걷어차고, 호르무즈 통행료 받겠다고?

2026-07-14 13:00:21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트럼프 “화물가치 20% 안전비용으로 징수”

사흘째 공습 … 이란, 유조선 미사일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연속 공습과 대이란 해상봉쇄 재개를 선언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던 유조선 2척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코르파칸(Khor Fakkan) 인근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책임지게 될 것이며, 그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AFP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쇼’에 출연해 “(이란을)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이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제거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 휴 휴잇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을 대상으로 사흘 연속 야간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이란군에 큰 대가를 치르게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인과 상선을 공격할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도 “이란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MOU가 최종 합의로 가기 전 단계의 시험이었지만 이란이 이를 존중하지 않았다며, 중단했던 대이란 해상봉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해상봉쇄 해제를 핵심으로 했던 MOU를 사실상 폐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규정하고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실린 화물가치의 20%를 안전보장 비용으로 받겠다고도 말했다. 미군이 민간 선박의 안전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을 동맹국과 선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적용 대상과 비용 산정 기준, 실제 징수 방식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느 국가도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때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는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 미국이 스스로 20% 비용 징수 방침을 내놓으면서 ‘항행의 자유’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제법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봉쇄 선언과 강경발언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9.6% 오른 배럴당 83.30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 상승한 78.14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26%, S&P500지수가 0.7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55%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UAE 국방부는 14일 오만 영해의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항로를 지나던 국영 유조선 몸바사호와 알바히야호가 이란의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인도인 선원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두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UAE는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심각한 행위”라며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직접 지목했다.

이란은 오만 영해가 대부분인 기존 분리통항대(TSS)를 위험 수역으로 지정하고, 게슘섬 인근 자국 영해를 지나는 별도의 안전 항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해왔다. 피격 선박들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가 아닌 기존 남쪽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해상봉쇄와 이란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감소와 보험료·운송비 급등이 불가피하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에서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충격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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