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중국 의존 줄이려면 23조달러 더 써야
미·유럽 공급망 재건에 25년
물가상승과 재정부담 불가피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기대지 않는 공급망을 만들려면 앞으로 25년간 23조60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장 몇 곳을 새로 짓는 수준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물류망, 원자재 가공시설까지 중국이 맡아온 산업 기반을 사실상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컨설팅회사 EY-파르테논은 2050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끊는 데 미국 13조7000억달러, 유로존 9조1000억달러, 영국 8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연평균으로는 9400억달러다. 초기에는 지출이 비교적 적지만 공장과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매년 부담해야 할 금액만 55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지난해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6000억달러와 비슷하다. 유럽연합(EU)은 필요한 연간 지출이 현재 EU 예산에 맞먹어 사실상 예산을 두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서방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배경에는 핵심 물자를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위협에 맞서 주요 희토류 금속의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공장이 멈출 직전까지 몰린 뒤 양국이 휴전에 합의했다. EU가 희토류 비축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2035년에도 세계 정제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 배터리용 흑연과 희토류의 약 80%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희토류 가공부터 의약품 원료까지 핵심 물자의 공급을 쥐고 있어 서방이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단기간에 관계를 끊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은 서방 제품보다 공장 출고가격이 20~100% 낮다. 생산기지를 미국과 유럽으로 옮기면 비용이 오르고 소비자 가격도 뛸 수밖에 없다. EY-파르테논은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끊을 경우 핵심 산업의 가격이 1.0~2.5% 높아지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 아래로 낮추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공장만 세운다고 공급망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서방은 숙련 인력을 새로 양성하고, 높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야 한다. 에너지와 국방, 기술 기반시설에 이미 막대한 돈을 쓰는 상황에서 23조6000억달러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맷 퍼슨 EY-파르테논 고문은 “납세자와 소비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공급망을 자국으로 옮기는 일은 기업과 정부 모두에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면적인 중국 배제보다 희토류와 의약품 원료처럼 공급 차질 위험이 큰 분야를 골라 의존도를 낮추는 ‘부분 분리’가 현실적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