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결제, 1차 협력사 결제수단 전락
지난해 결제지급액 189조
1차 협력사 전체 98.2%
상생결제제도가 1차 협력사에게만 국한됐다. 상생결제 온기가 2차 이하 협력사들로는 확산되지 않았다. 상생결제가 공급망 전체에 대금선순환 효과를 주지 못하고 1차 협력사 결제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상생결제제도는 2015년에 도입됐다. 판매기업이 납품대금을 지급기일에 맞춰 지급하고 지급기일 이전에도 구매기업(대기업 공공기관 등) 신용도를 활용해 저금리로 조기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소 협력사의 경영안정화를 위해 납품대금 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상생결제 참여기업과 거래규모는 지속 증가해 왔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지원 사업·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상생결제를 통해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구매기업(누적)은 2025년 839개사다. 2021년(545개사)보다 크게 늘었다.
실제 지급기업 역시 같은기간 414개에서 668개로 확대됐다. 거래기업수도 2021년 14만9641개사에서 2025년 18만5385개사로 증가했다. 5년만에 3만5744개 기업이 새롭게 상생결제 생태계에 편입했다.
상생결제 지급액도 2025년 기준 189조1000억원이다. 2021년(142조8000억원)과 비교해 약 46조원(약 32%) 이상 증가하였다. 상생결제를 통해 유통되는 자금규모가 매우 커졌음을 보여준다.
상생결제는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민간기업 지급액은 180조5000억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95.5%를 차지했다. 이중 대기업이 162.7조원으로 상생결제 전체의 86%다.
문제는 상생결제 외형은 커졌지만 실제 지급은 1차 협력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전체 상생결제 지급액 중 구매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금액은 전체의 98.2%인 185조7000억원이었다.
반면 1차 협력사가 2차 이하 협력사로 실제 지급한 금액은 3조3600억원으로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상생결제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효과가 하위 거래단계로까지 충분히 파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생결제가 본래 의도한 공급망 전반의 결제 안정망으로 기능하지 않고 주로 구매기업과 1차 협력사 간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상생결제 대금을 수취한 1차 협력사가 이를 다시 하위 협력사로 발행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
2025년 상생결제제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생결제를 통해 구매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기업은 3000개 응답기업 중 9.8%(295개사)에 불과했다. 1차 협력사가 대금을 수취한 후 이를 상생결제로 재발행해 하위 협력사로 배분하는 비중이 10%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경향은 상생결제 의무비율준수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상생결제 등으로 대금을 지급받은 기업은 해당 수령비율 이상으로 하위 수탁기업에게 현금 또는 상생결제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상생결제를 사용한 의무비율을 충족하는 기업은 15.9%에 그쳤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