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인공지능 기반 사칭방지 시스템’<명탐정 KEMI> 눈길
공공기관 사칭 사례 급증
직원·공문 진위 실시간 확인
“한국남부발전 삼척본부 직원입니다. 총무부에서 진행 중인 납품 건과 관련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올 2월 강원도 삼척시에 소재한 기계설비 협력업체 대표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상대방은 자신을 남부발전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이미 다른 업체와 진행 중인 소화기 납품을 대신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기존 납품업체에서 일정 금액 이하의 납품은 어렵다고 해 협력사에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거래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달된 것은 직원 명함과 남부발전 직인이 찍힌 납품확약서였다. 공공기관의 요청이라 확신한 A씨가 대리구매 명목으로 특정 소화기 업체에 물품 대금을 송금하려던 찰나, 연이어 걸려온 추가 구매 요청 전화에서 납품 수량과 거래 조건을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이어졌다.
이상함을 감지한 A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남부발전 삼척본부를 방문했고, 담당자를 찾아 직접 문의한 후에야 해당 연락이 사칭 사기임을 알게 됐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전화와 위조 공문을 활용한 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기관명을 도용하는 수준을 넘어 직원의 직책 부서 명함 거래 관련 서류까지 조작하면서 국민과 협력사를 혼란에 빠뜨리고 금전적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남부발전 직원을 사칭한 사기 시도는 확인된 사례만 지난해 5건에서 올해 상반기 10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한국남부발전은 최근 AI 기반 대국민 사칭방지 안심검증 시스템인 ‘명탐정 KEMI’를 구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국민이나 협력업체가 의심스러운 연락이나 공문을 받았을 때 직접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서비스다. 시스템명에는 남부발전의 AI인 ‘KEMI’가 탐정처럼 단서를 분석해 사실을 밝혀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명탐정 KEMI’는 크게 ‘임직원 진위확인’과 ‘문서 진위확인’ 두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임직원 진위확인은 연락자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AI가 실제 직원 정보와 대조해 해당 직원의 연락처가 맞는지까지 확인해 준다. 단순히 직원 존재 여부를 조회하는 것이 아니라 연락한 사람이 해당 직원인지까지 검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서 진위확인 기능도 차별화했다. 남부발전은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한 문서 비교·분석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의심되는 공문을 시행일자와 함께 등록하면 AI가 내부 문서와 비교해 진위를 판별하고, 일치하는 문서가 확인되면 담당 부서까지 안내한다. 향후 계약 문서 등으로 검증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 방식도 간단하다. 남부발전 홈페이지나 메인 화면의 ‘명탐정 KEMI’ 팝업을 통해 접속할 수 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문서 사진이나 PDF 파일만 올리면 AI가 실시간으로 검증 결과를 제공한다. 그동안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을 경우 기관에 직접 전화하거나 담당자를 수소문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은 “공공기관 사칭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는 만큼 국민이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면서 “명탐정 KEMI를 시작으로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