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넘어 홍해까지 번지는 전선

2026-07-21 13:00:03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이란 충돌 ‘중동 확전’ 기로 … 양대 원유 수송로 동시 위협

지난 17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후티 통제 지역에 가한 제한조치를 ‘봉쇄’로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후티는 20일 이에 맞서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와 아라비아반도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세계 에너지 수송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20일(현지시간)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후티 통제 지역의 항만과 공항을 봉쇄하고 사나 공항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후티는 구체적인 봉쇄 방식은 밝히지 않았지만 실제 선박 공격에 나설 경우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항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언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사우디가 홍해를 대체 수출로로 활용해 온 가운데 나왔다. 사우디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서부 얀부항으로 보낸 뒤 홍해를 거쳐 수출하는 물량을 크게 늘렸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은 하루 740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에 해당한다. 얀부항을 통한 에너지 수출도 하루 평균 400만배럴로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호르무즈가 막힌 상황에서 홍해까지 불안해 질 경우 중동산 원유 주요 수입처인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운송 차질뿐 아니라 전쟁위험 보험료와 운임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티의 봉쇄 선언 이후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가 이미 뛰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욱이 후티가 실제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이나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의 보복으로 전선이 예멘과 홍해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후티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공격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 100여척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 당시 글로벌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를 택했고 세계 물류망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공습, 보복, 재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위태롭게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 사망과 관련해 “이란이 미군 병사 한 명을 죽일 때마다 몇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 강화를 예고했다. 미군은 열흘째 이란 공습을 이어갔고 전략자산을 중동 전구로 추가 이동시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란 역시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요르단 아카바 공항의 미국 항공기와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 시리아 내 진지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하려던 선박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양측이 담수화 시설과 교량 등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하면서 충돌 범위가 군사시설을 넘어서는 양상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대미 압박 카드로 유지하는 가운데 후티가 홍해 봉쇄에 나서면서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의 양자 대결을 넘어 역내 대리세력과 동맹국이 얽힌 다층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라는 양대 해협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중동 안보 위기는 곧바로 세계 에너지와 물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다만 물밑에서는 외교적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재국들이 이란에 10일간의 휴전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여러 중재 제안을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이란이 국제 수로 통제 주장을 고수하는 한 대응하겠다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전면전 재개가 미국과 이란 모두에 막대한 군사·경제적 부담이 되는 만큼 향후 정세는 후티가 봉쇄 선언을 실제 군사행동으로 옮길지, 양측의 보복 수위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중재국의 휴전 제안이 실질적인 협상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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