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맛보다 식감…‘씹는 즐거움’으로 승부

2026-07-21 13:0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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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랑 냉각 숙성기술 적용 쫄깃한 면발

식품·제과업체 인기제품 식감으로 차별화

맛은 기본이고 이제는 ‘어떻게 씹히느냐’가 식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쫄깃한 면발, 바삭한 과자, 바스러지는 빵 등 식감이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도 ‘씹는 즐거움’을 앞세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맛과 가격, 양이 식품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씹는 재미, 먹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까지 소비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짧은 영상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바삭하게 깨지는 소리나 쫄깃하게 늘어나는 모습 등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식감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런 변화를 반영해 제품의 맛뿐 아니라 식감을 차별화하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면발의 굵기와 탄력, 바삭함과 부드러움 등을 세분화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면사랑에서 선보인 쫄깃한 면으로 만든 제품. 사진 면사랑 제공
대표적인 분야가 면류다.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은 냉각 숙성 기술을 적용한 평양냉면, 함흥냉면, 칡냉면, 쫄면 등 4종을 선보이며 각각 다른 식감을 구현했다. 평양냉면은 메밀 특유의 구수함과 쫄깃한 식감을 살렸고, 함흥냉면은 가늘고 탄력 있는 면발로 양념이 잘 배도록 했다. 칡냉면은 쫀득한 식감을 강조했으며, 쫄면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불지 않는 탄력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같은 냉면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씹는 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도 식감 경쟁이 치열한 품목이다. 예전에는 밥반찬으로 먹던 김이 이제는 간식으로 소비되면서 바삭함이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CJ제일제당은 국내산 찹쌀을 입혀 튀긴 비비고 김부각을 선보이며 바삭한 식감을 강조했다. 원초의 두께와 튀김 공정을 조절해 김 특유의 향과 바삭함을 동시에 살렸다.

동원F&B도 양반김을 앞세워 식감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원초의 두께와 굽는 정도, 기름과 소금의 배합을 세밀하게 조절해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을 구현했다.

최근에는 간식용 김 시장이 커지면서 식감을 앞세운 제품군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과자 시장은 식감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크라운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통해 달콤한 맛뿐아니라 얇고 바삭한 감자칩 특유의 식감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감자의 두께와 굽는 방식을 달리한 다양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오리온의 꼬북칩 역시 독특한 식감으로 시장을 바꾼 대표 사례다. 네 겹으로 만든 과자 구조 덕분에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삭하면서도 가볍게 부서지는 식감을 구현해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초코츄러스와 콘스프 등 다양한 맛을 더하면서도 꼬북칩만의 독특한 식감은 그대로 유지했다.

농심 새우깡과 오징어집, 해태제과 홈런볼, 롯데웰푸드 꼬깔콘 등 장수 과자들도 저마다의 바삭함과 고소한 식감으로 오랫동안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맛을 바꾸기보다 식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먹는 방식 자체를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CU가 선보인 ‘깨먹는 하트 생크림빵’은 초콜릿 코팅을 손이나 숟가락으로 깨뜨려 먹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먹는 경험을 제공했다. 단순히 맛을 넘어 직접 깨뜨리는 재미까지 더한 제품이다.

빙과와 디저트 시장에서도 식감은 중요한 경쟁 요소다. 아이스크림은 바삭한 초콜릿 코팅과 부드러운 속재료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케이크와 빵은 촉촉한 빵과 바삭한 토핑을 함께 넣어 다양한 질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식감 경쟁의 배경에는 소비자 취향의 세분화가 있다. 과거에는 같은 제품을 많은 사람이 함께 소비했다면 지금은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가 늘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맛뿐 아니라 씹는 느낌과 먹는 재미까지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동영상 중심의 소비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바삭하게 깨지는 소리나 쫄깃하게 늘어나는 모습, 바삭한 단면을 보여주는 영상은 제품의 맛보다 먼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감이 눈과 귀로도 전달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식감 차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 배합과 제조 공정, 숙성 기술 등을 개선해 같은 식품이라도 전혀 다른 씹는 맛을 구현하는 제품이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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