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으려는 미국, 파고드는 중국 AI
값싼 공개형 모델 급속 확산
규제 땐 자국 기업 피해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을 막기 위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값싸고 성능이 높아진 중국산 AI 모델이 미국 기업에까지 빠르게 퍼지면서 봉쇄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자동차나 통신장비와 달리 AI 모델은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아 수정할 수 있어 관세나 수출통제만으로 확산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가중치 공개형 AI 모델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면서 미국 이용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고 규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가중치는 AI가 학습을 통해 얻은 핵심 수치로, 이를 공개하면 외부 개발자가 모델을 내려받아 목적에 맞게 바꿔 쓸 수 있다.
AI 모델 거래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 7월 첫째 주 미국 기업의 전체 토큰 사용량 가운데 중국산 모델 비중은 63%에 달했다. 1년 전 10% 미만에서 급증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의 큐원, 문샷AI의 키미, 즈푸AI의 GLM 등 주요 중국 모델이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딥시크만 약 16%로 구글과 앤트로픽, 오픈AI를 각각 앞섰다.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AI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미국 모델의 결과물을 대량으로 호출해 성능을 모방하는 ‘증류’를 문제 삼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을 수억번 호출했다며 조사 방침을 밝혔다. 그는 외국 모델이 미국 기업의 성과를 도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할 권한이 있으며, 중국 AI를 쓰는 기업이 고객에게 그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이 AI 기술을 퍼뜨리는 방식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사용까지 막으면 반발도 클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인스티튜트포프로그레스의 사이프 칸 연구원은 금지 조치가 오픈소스 개발자와 AI 연구자, 실리콘밸리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인프라업체 베이스텐과 파이어웍스처럼 중국 모델을 서비스하는 기업도 규제 영향을 받는다.
미국 내부에서도 대응법이 엇갈린다. 딘 볼 오픈AI 전략미래 총괄은 중국 모델을 쓰지 못하도록 강한 규제 위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은 규제는 공포가 아니라 사실과 논리, 증거에 근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고도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지닌 모델까지 무료로 내려받게 되는 상황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경고했다.
AI 리서치회사 매츠리서치의 크리스티 로크 연구원은 중국 AI 모델을 막는 일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금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중국 모델은 어차피 확산하고 세계 여러 나라가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