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경쟁이 촉발한 중국 자동차의 '대전환'
‘가격전’ 넘어 ‘가치전’으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보고서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스스로 수출 문턱을 높인 후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코트라(KOTRA) 상하이무역관은 ‘과잉경쟁이 촉발한 중국차의 대전환’ 보고서에서 “자국 시장의 과도한 가격경쟁과 해외 저가논란을 정비해 품질중심 수출로 전환하려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에만 적용되던 수출허가 절차를 올 1월부터 순수 전기차로까지 확대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중국의 수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1년 세계 3위였던 자동차 수출국 지위는 2년 만인 2023년 1위로 올라섰고, 2025년 수출은 709만8000대로 수출액이 사상 처음 1조 위안(약 1조183억 위안)을 돌파했다. 같은 해 일본의 자동차 수출이 약 421만대였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수출이 261만5000대로 두 배 넘게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출혈 경쟁이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자동차 제조업 이윤율은 3.9%로 제조업 평균을 밑돌았다. 연 40만대 손익분기점을 넘긴 전기차 브랜드도 BYD와 테슬라 등 소수에 불과했다.
일부 업체의 협력사 대금결제 기한이 240일을 넘어서는 등 공급망 전반이 압박을 받았고, 신차를 중고차로 등록해 실적을 부풀리는 ‘제로킬로미터 중고차’ 같은 편법까지 등장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과잉경쟁 정비에 나섰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사 대금결제 기한을 60일 이내로 단축하도록 했고, 당국은 원가이하 판매 금지와 변칙 할인 규제를 담은 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2016년 철강·석탄 산업을 정리했던 1차 공급 구조개혁에 이은 ‘제2차 공급 구조개혁’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해외 진출은 제2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완성차 수출에서 나아가 헝가리·태국·브라질 등 현지에 조립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배터리·부품 업체까지 동반진출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2026년 유럽·동남아에서만 약 100만대 규모의 현지 생산능력이 새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경쟁의 또 다른 축은 스마트화다. 2025년말 중국은 조건부 자율주행(레벨3) 차량의 양산·판매를 처음 승인했고, 도심 자율주행 기능이 대중차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완성차와 배터리·소재 공급망이 제3국 현지에서 맞물리는 지점이 늘었고, 자율주행 확산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와 센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산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7월 도입된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에서 공급망 기여도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BYD가 승용차부문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지 생태계 기여도가 시장 진입의 새로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