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세에 유럽 화학공장 ‘생존 위기’

2026-07-24 13:00:06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시트리벨 3년째 적자

중국 업체는 두배 증산

유럽연합(EU)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전기차와 철강을 넘어 기초 화학제품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과 수출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을 늘리면서 유럽 업체들은 원가보다 낮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구연산 제조업체 시트리벨은 최근 3년 연속 손실을 냈다. 1929년부터 식품과 의약품, 세정제에 쓰이는 구연산을 생산해온 회사지만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면서 유럽에 남은 구연산 공장 2곳이 하나로 줄었다.

조리스 메르크스 시트리벨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지난 3년간 손실을 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트리벨 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60% 수준이다. 회사는 가격 회복을 기대하며 생산한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일부 직원에게 휴직 조치를 내렸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산 구연산의 EU 수출은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트리벨은 에너지와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50% 올렸지만 중국산 수출가격은 오히려 6% 떨어졌다.

메르크스 CEO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구연산을 톤(t)당 약 1000유로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트리벨의 생산원가보다 40~50% 낮은 수준이다.

EU가 중국산 구연산에 평균 3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은 최대 156%다.

반대편에는 중국 산둥성 웨이팡의 구연산 업체들이 있다. 중국의 구연산 생산량은 2012년 100만톤을 조금 웃돌았지만 2025년에는 약 220만t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전체 생산량의 약 90%는 6개 기업이 차지하며 이 가운데 4곳이 산둥성에 있다.

시장 선두 업체인 화학회사 웨이팡엔사인인더스트리의 실적에서는 정부 지원의 영향이 드러난다.

이 회사의 2025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77% 급감했다. 전년에 받았던 기업발전 보조금과 고품질발전기금, 기업기여 포상금 등 일회성 지원이 반복되지 않은 영향이다. 중국은 4월 일부 산업제품의 수출 세제 혜택을 폐지했지만 구연산에는 여전히 13%의 수출세 환급을 적용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의 아이비 쑨 중국 화학산업 연구책임자는 “중국 기업들은 당장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시장을 통합하고 점유율을 높일 기회라고 판단한다”며 “시장이 좋아지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U는 전기차 관세와 중국산 의료기기 공공조달 제한에 이어 반덤핑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독일과 스페인 등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국가가 많아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유럽화학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유럽 화학산업 투자는 2025년 80% 감소했고 공장 폐쇄 속도는 3년 전의 6배로 높아졌다.

실비 르무안 협의회 부사무총장은 중국 기업들이 기초 화학제품을 넘어 유럽이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는 고부가가치 특수화학 시장까지 진출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