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을 거대한 지능형 로봇으로
진해신항, 피지컬 AI항만 선도모델로 … UAE 항만 인공지능전환 진출도
해양수산부가 실물 기반 인공지능(피지컬AI) 기술을 활용해 항만을 거대한 지능형 로봇처럼 만든다.
해수부는 23일 과학기술관계 장관회의에서 피지컬AI기술을 통해 항만을 혁신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피지컬AI 항만 전략’을 발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피지컬AI항만은 자동화 무인화 단계를 넘어 항만 전 영역에 AI를 접목해 장비를 자율 제어하고 항만 운영 전반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스마트항만이다.
◆뒤쳐지는 국내 항만경쟁력 혁신 = 해수부는 정체되고 있는 국내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피지컬AI항만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만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처리하는 국가경제의 핵심 기반시설이지만 최근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부산항은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2위의 환적항만으로 성장했지만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순위는 2002년 3위, 2006년 5위, 2014년 6위, 2020년 7위로 떨어졌다.
중국의 항만들이 성장하는 동안 물동량 순위는 장기간 정체되고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 실적도 75개 수준으로 중국의 칭다오항 116개, 싱가포르항 80개에 뒤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피지컬AI는 국내 항만 경쟁력을 높일 기회요인이다.
공두표 해수부 항만국장은 “최근 피지컬AI기술이 제조 물류 등 산업현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항만은 사람에 의해 조작되는 재래식 항만에서 규칙에 의해 자동운영되는 무인자동화항만으로 발전했고, 이제 무인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 기반의 인지 판단 제어가 가능한 피지컬AI항만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항만은 크레인 무인이송차량 등 항만장비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하는 공간이고 인근 배후산업공간과 유기적 연게가 가능해 피지컬AI기술을 검증하고 구현할 최적의 장소라는 게 해수부 판단이다.
◆진해신항 1단계에 2.5조 피지컬AI시장 = 해수부는 ‘K-피지컬AI를 통한 글로벌 스마트항만 선도’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피지컬AI 항만기술 기반 확보 △우리 기술 기반 항만·배후단지 혁신 △피지컬AI 항만산업생태계 활성화 △제도·이행 기반 정비 등 4대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항만크레인 무인이송장비 등 항만하역장비가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지·판단해 작업하는 자율화 기술을 개발한다. 컨테이너 고정장치 체결·해체와 선박 줄잡이 등 고위험 작업을 무인화하는 기술도 확보한다. 선박이 항만에 접안하거나 떠날 때 계류줄을 부두에 묶거나 푸는 작업 과정에서 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생길 위험이 있어 줄 상태를 미리 파악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포함한다.
개별 장비의 자율화를 넘어 AI가 항만의 상황을 실시간 분석해 전체 작업을 최적화하는 항만운영시스템도 개발한다. 과기정통부에서 추진 중인 피지컬AI 핵심기술 개발 및 선도 실증 등과의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개발과 항만 운영 최적화에 필요한 장비·물류 데이터의 수집·관리·활용 체계도 정비한다. ‘해양수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AI 학습과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해 축적된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광양항에는 실제와 가상 항만 환경을 연계한 ‘(가칭)첨단항만기술원’을 설립한다. 첨단항만기술원은 데이터의 수집 기술실증 표준·성능인증 등의 공통지원기능을 집적해 기술개발과 적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성과는 진해신항에 전면 도입한다.
해수부는 2032년 개장 목표인 진해신항 1단계 부두를 피지컬AI항만의 선도 모델로 만들고 2단계(2040년)로 확장한다. 1단계 사업을 통해 피지컬AI 기반의 자율형 하역장비, 소버린AI 운영시스템 등 2조5000억원의 AI 항만기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부산항 신항터미널과 해상·육상·항공 물류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시스템도 마련해 물류 전 과정의 흐름도 최적화할 계획이다.
◆항만배후단지는 ‘P.AX’ 클러스터로 = 광양항 테스트베드는 기술의 선제적인 도입과 실증 거점으로 활용하고 인천 등 다른 항만의 경우에도 자동화 수준과 현장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피지컬AI 항만의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항만배후단지에는 데이터 관리와 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요한 항만 특화 AI데이터센터를 마련하고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진해신항 배후단지는 조선·방산·항만 장비 등 수출 제조기업을 유치해 제조·항만·물류가 연계되는 ‘항만인공지능전환’(P.AX) 클러스터로 만든다. 배후단지가 피지컬 AI 기술의 실증·확산·산업화의 혁신 거점이 되는 것이다.
해수부는 AI 에이전트 설계·개발 등을 지원하는 ‘AX 지원플랫폼’을 만들어 운영사 등의 AI 전환과 항만장비·솔루션 등의 공급기업 혁신을 지원하고 △AI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 △해양진흥공사 펀드 등을 활용해 시장확대와 AI전환을 지원한다.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과 재직자 교육 등 인력 양성도 지원할 계획이다.
항만기술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하고관련 법도 만든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한-UAE 피지컬AI 항만·물류 프로젝트’ 등 정부 간 협력과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정부 항만공사 운영사 장비·시스템 기업이 ‘원팀’으로 ‘K-피지컬AI 항만설루션’을 만들어 대형 패키지사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다. 피지컬AI 항만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항만기술산업법을 정비하고 항만의 피지컬AI 장비·시스템을 지원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피지컬 AI 얼라이언스’에 항만기술산업계도 참여해 타 분야와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사이버보안을 강화한다. 인공지능전환, 피지컬AI항만 등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노·사·정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