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부항으로 향하는 한국선박 없다”
호르무즈 이어 홍해 악화
‘AI해상공급망 경보’ 개발
중동전쟁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된 데 이어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밥엘만데브 해협도 사실상 막히면서 해상공급망에 혼돈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상공급망 위기대응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인공지능(AI) 기반 해상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날 기준 한국선박이 원유수송을 위해 홍해 얀부항(사우디아라비아)으로 향하는 것은 없다고 확인했다.
얀부항은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후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옹하는 대체항로로 활용됐다. 한국선박은 15차례 얀부항에서 원유를 싣고 밥엘만데브 해협을 지나 한국으로 항해했다.
22일(현지시간) 친이란 후티반군이 사우디아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공격하며 호르무즈 해협 대체항로로 활용하던 홍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공급망대응팀은 23일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선 통항 위축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호르무즈를 대체하는 원유수출경로로 활용해 온 ‘얀부항 → 밥엘만데브 해협’ 항로에서도 회항과 운항보류가 확대되고 있다”며 “두 해협의 물리적 폐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선 피격과 후티의 사우디 연계선에 대한 공격 경고가 선주 용선주 보험사의 운항수용성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해운조선전문미디어 지캡틴은 “후티가 이스라엘 미국 연계 선박을 넘어 작전범위를 확대한 이후 사우디 연계 유조선에 대해 공격 성공을 주장한 첫 사례”라며 “이번 공격은 후티반군이 사우디의 미군 작전지원과 예멘에 대한 지속적인 봉쇄에 대응해 사우디 연계 선박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한 이후 발생한 중대한 ‘갈등 고조’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도 후티의 위협으로 세계 석유시장이 ‘두 개의 초크포인트(해상교통요충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부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 소속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크기)‘ 유조선 아마존호가 사우디 얀부에서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은 뒤 남쪽 밥엘만데브 해협으로 향하지 않고 뱃머리를 북쪽 수에즈운하로 변경했다. 용선계약 자료에 따르면 이 선박의 목적항은 인도다. 얀부에서 인도로 가려면 남쪽 밥엘만데브 해협을 지나 인도양을 지나 가면 되지만 후티의 공격으로 위험이 커져 수에즈운하를 지나 지중해와 대서양을 통해 희망봉을 거쳐 가는 항로를 택한 것이다.
해진공도 사우디 홍해항을 이용하는 원유·석유제품선의 보험승인 선복배정 선적항접안과 출항 단계에서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얀부에서 수에즈운하나 ’수에즈-지중해 파이프라인‘(SUMED)과 희망봉으로 돌아서 오는 항로를 택하면 한국으로 오는 선박의 입항예정일시가 한 달 이상 밀리고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줄어들고 용선료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파나마운하 가뭄, 중동전쟁 등으로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해상공급망 불확실성을 예측하려는 요구도 커졌다.
해수부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동상황을 계속 관리하면서 위기대응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인공지능 해상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진공은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해운산업 및 해운물류 공급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기반 해상공급망 조기경보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해운·물류 공급망 조기 경보지수 및 선행지표 개발·고도화 △해상 공급망 모니터링 및 조기 경보체계 고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