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채택 속도전
홍기원 의원 등 ‘예외 인정’ 법안 사실상 철회
정청래·김민석 당대표후보, 강성 지지층 표심 호소
민주당 지지층 30%대 ‘반대’… 지지 이탈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요구되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조만간 당론으로 채택하고 빠르면 이달 중 본회의까지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명확히 못 박은 이후, 일각에서 나왔던 ‘피해자들을 고려한 예외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당대회 필승 전략으로 정청래 후보가 1인 1표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선명성을 내세운 가운데, 김민석 후보까지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채택과 늦어도 8월 초까지 통과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 등에 따른 피해자 발생 가능성 등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당론으로 정할 만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정책의총은 마지막 숙의 단계가 될 것이며, 당론 채택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당내 의견은 모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와 보완수사요구권 존치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이미 정해졌고, 김민석 후보까지 이에 빨리 동의하면서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보완수사요구권이 실제로 작동되도록 하는 조치들과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이 꼼꼼하게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임시국회 내에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다음 주에는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해야 한다”며 “야당이 들어와 반발할 수도 있지만 강행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책의총에서 총의를 모으고 신속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 더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남겨놓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경찰이 즉각적이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피해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만들고 경찰의 부실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들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자세히 넣기로 했다. 관련 법안은 이미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김한규 의원과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숙고를 요구하며 ‘보완수사권 예외 인정’ 법안을 내놓았던 의원들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다. 전날 홍기원 등 12명이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 참석자는 홍 의원과 남인순 의원, 곽상언 의원, 박희승 의원 등 4명뿐이었다.
홍 의원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모경종, 문진석, 고민정, 민홍철, 박균택, 주철현 의원은 현장에 없었다. 전날 이미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고, ‘예외 인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이 자리에는 황산테러 사건 피해자 박선영 씨,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 해든이 사건 피해 아동 담당 공무원, 고 김창민 영화감독 유가족, 스토킹 범죄 피해자 곽아람 씨 등이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경찰의 부실 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의한 진실 규명 과정을 설명했다. 홍 의원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반개혁·반민주로 비난받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같은 날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김남희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김 의원 법안은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하도록 하되, 사법경찰관의 수사종결권을 삭제해 사법경찰관이 수사한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규정하는 ‘전건 송치’를 명문화했다. 또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의무화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김 의원 법안은 당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원구성 합의로 상임위 회의에 들어온 국민의힘의 반발과 함께 ‘반대 여론’을 돌파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의 저항에 대해서는 강행처리하기로 방향을 이미 잡아놨다.
문제는 민주당 지지층이나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 중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비율이 30%대에 달했고, 중도층의 60% 정도는 보완수사권의 일부를 검찰에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21일까지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를 보면 전체적으로 55.3%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또 민주당 지지층 중 31.1%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했고, 중도층의 61.3%가 같은 의견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에서도 33.1%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모 중진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10월 2일부터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보완수사권을 활용하지 않고 보완수사 요구에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 수사 부실이나 암장 등이 드러나 피해자가 나올 경우 민주당 지도부 등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 결과로 피해자가 나오면 앞으로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도 자신하기 어렵게 된다”며 “하지만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이미 정해져 바꾸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