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저신용자 10명 중 4명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 마련 생각”
대부업 거절 뒤 자금 못구해 가족 불신·추심 피해 확산
대출 규제 강화와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 상승으로 저신용자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불법사금융이 개인 삶과 가족관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저신용자는 대출이 막힐 경우 다른 연령층보다 부정한 방법을 고려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서민금융연구원(서금연)은 최근 3년 내 대부업체 또는 불법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 9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9.4%에 달했다. 대학(원)생과 아르바이트 종사자, 신용등급 9~10구간, 월소득 100만~300만원 미만 계층에서 대출 거절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50.7%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20대와 무직자, 아르바이트 종사자, 신용등급 8~10구간에서는 자금조달 실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금을 구하지 못한 이후 심리적 변화는 심각했다. ‘우울증이 심해지는 등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는 응답이 45.6%로 나타났다.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7.8%였다. 특히 20대에서 부정한 방법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41.7%로 높았다.
실제로 20대는 등록 대부업체만 이용하는 비율(75.0%)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낮고 등록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8.9%)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금연은 “경제적 배제가 범죄 유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청년층, 저신용층은 등록대부업 이용과 대출 승인 모두 어려워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 이용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과도한 이자(35.1%)였지만 불법 채권추심과 채무사실 공개 피해도 적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는 불법 채권추심’은 17.5%, ‘채무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는 14.0%를 차지했다. ‘본인이나 가족 등에 대한 폭행·협박 등 불법추심 행위’도 10.5%로 나타나는 등 이들 3가지 피해 유형은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불법사금융은 가족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용자의 66.7%는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로는 ‘가족 간 불신이 커졌다’를 꼽았다. 40대(83.3%), 신용등급 9~10구간(82.6%)에서 가족관계 악화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금연은 “한 사람의 채무가 가족 공동체의 동반 하락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생계형 저소득 대출자의 채무 문제가 가정 해체라는 상황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복지 체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금연은 채무자대리인 제도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료 지원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는 한편,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명칭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목 서금연 원장은 “불법 사금융 근절과 대부업의 투명한 신뢰 제고는 단일 기관의 노력을 넘어 정부, 학계, 연구기관, 그리고 업계가 모두 합심해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이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