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일삼는 기업 ‘시장퇴출’ 추진
‘중기·소상공인의 대기업 단체협상’ 담합규제 예외 추진
정무위 업무보고 … 주병기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기업에 대해 영업정지나 등록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연합의 단체협상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담합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공식화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주요 업무 추진현황 및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는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기존에 발표되지 않았던 강도 높은 법 집행 방안과 민생 중심의 제도 개선안이 다수 포함됐다.
◆담합 반복하면 지분매각 처분 = 공정위는 고물가 위기 속 민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설탕, 밀가루 등 생필품 담합을 엄단한 데 이어, 반복적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구조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그동안 과징금 부과 중심의 제재가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담합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앞으로는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나 관련 사업 등록취소·인허가 철회 요청권을 명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반복적·악의적 담합 기업을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분매각·영업양도 등 ‘구조적 조치’ 도입도 추진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고질적 담합 행위로 시장경쟁질서가 근본적으로 파괴된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으로 지분매각 명령과 자산 및 영업양도, 분할 등 강제적 구조 개편 조치를 신설한다.
담합 행위의 은밀성을 고려해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한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는 장기간 지능적으로 지속된 담합 행위도 끝까지 추적해 제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을’의 협상력 대폭 강화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가 대기업에 맞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 체계도 대폭 개편된다.
공정위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대기업과 단체협상을 진행할 때 이를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규제하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노무제공자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규율대상에서 배제해 노동자로서의 권리행사를 보장하기로 했다. 가맹·하도급·대리점 분야 점주들에게도 단체구성권이 명문화된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도입해 전문가 사실조사와 자료보전명령, 법정 외 진술녹취 등을 활용해 피해기업의 입증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집행을 강화한다.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와 끼워팔기, 온라인 쇼핑의 기만행위(다크패턴)를 엄정 제재한다. AI 유료구독 서비스·SNS 허위광고에 대한 실증책임과 모니터링도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급성장하는 AI 시장의 경쟁 현황과 거래실태를 분석한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AI 분야의 편법적 인수합병(핵심인력 흡수형)을 심사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신고기준도 정비한다.
◆대기업 사익편취 규제 강화 = 대기업집단 규율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지분율을 판단할 때 자사주를 제외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지주회사 체제 내 자·손자회사가 신규 중복상장할 경우 의무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해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막는다.
또 공정위 조사에 불응하는 기업에 대해 과징금 및 이행강제금 등 경제적 제재를 신설할 예정이며 과징금 부과 한도 역시 대폭 상향 조정된다.
사건처리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조직 개편도 이어진다. 지난 3월 1차 증원(167명)에 이어 오는 10월 240여명 규모의 2차 증원을 시행해 총 400여명의 인력을 확충한다. 10월에는 ‘중점조사기획단’과 ‘경제분석국’이 신설돼 독과점과 민생 담합 사건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고발독점 해소를 위해 국민이나 국가기관에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전속고발제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며 “신고인의 이의신청 절차 법제화 등 절차적 권리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