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현장실행력에 폭염대응 성패 달렸다
취약노인·야외노동자 집중 관리
쉼터 연장…위험할 땐 작업중지
대구시는 폭염 디지털 공간정보와 드론으로 공사장을 살피고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경북도는 의용소방대원으로 ‘폭염안전지킴이’를 구성해 마을을 순찰하고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전남광주 동구에서는 주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며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알렸다.
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가면서 정부와 지방정부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무더위쉼터와 그늘막을 늘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취약계층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위험한 작업을 멈추게 하는 현장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폭염일수는 평균 6.9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일보다 짧다. 반면 열대야일수는 7.2일로 지난해 5.9일보다 길다. 낮 동안 쌓인 열이 밤에도 식지 않으면서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신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온열질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은 30.2%다. 사망자 8명 중 7명도 65세 이상이다. 전체 환자의 81.8%는 작업장과 논밭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많았다.
◆고령농·야외노동자 집중관리 =26일 숨진 경남 하동군의 84세 여성은 주민이 이상을 느껴 집에 들어갔다가 발견했다. 전북 김제시의 96세 여성은 논밭에서 일하다 쓰러졌다. 폭염에 취약한 주민은 스스로 작업을 멈추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주변의 반복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했다. 전남광주와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울산 등 남부지역에는 관리관을 추가로 보냈다. 지방정부에는 취약계층 보호와 작업중지 기준 등을 담은 ‘폭염중대경보 대응 길라잡이’도 배포했다.
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기관을 통해 독거노인의 안전을 확인하고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노숙인 밀집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돌봄인력과 이·통장, 지역자율방재단을 활용해 취약노인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태를 살피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폭염중대경보 지역 농업인에게 농작업 중지를 안내했다. 고령농업인에게는 농업인행복콜센터로 행동요령을 알리고 농촌 왕진버스를 통해 건강검진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대본은 방송이나 문자 발송에 그치지 말고 논밭을 직접 순찰해 작업자를 귀가시키도록 지방정부에 요청했다.
노동부는 폭염 취약사업장과 노동자에게 특보 상황을 전파하고 물과 냉방장치 휴식 보냉장구 119신고 등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폭염 단계에 따라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작업을 중지하는 조치가 현장에서 지켜지는 지도 살핀다.
사업장에서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노동자가 수시로 마실 수 있게 하고 작업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냉방장치나 그늘을 갖춘 휴식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규칙적으로 휴식시간을 주고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야외작업을 피해야 한다.
◆쉼터 운영시간 연장 = 중대본은 폭염특보와 열대야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을 연장하도록 했다. 쉼터에 냉방기가 설치돼 있어도 주민이 쉽게 찾아갈 수 없거나 문이 잠겨 있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만큼 냉방상태와 접근성을 함께 점검하도록 했다. 이동노동자쉼터와 산불·호우 이재민이 머무는 임시주거시설도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정부가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피해를 줄이는 핵심은 현장에서의 실행이다. 위험한 시간대에 실제로 작업을 멈추고 홀로 사는 노인과 고령농업인의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느냐가 폭염 대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지역은 현장 구석구석까지 대책이 작동하도록 상황관리관을 파견해 꼼꼼히 챙기겠다”며 “취약계층 예찰 주기를 단축하고 야외행사·축제 일정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빈틈없이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