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 ‘수세’, 당권파 ‘공세’…국힘 내홍 ‘공수 교대’
오세훈 1심·권영진 ‘멱살잡이’ 계기로 쇄신파 ‘위축’
장동혁 “재선거” 윤리위 “의원 3명 징계” 공세 전환
정점식 “사과 받아들여, 중징계? 선처 바라는 입장”
최근까지 국민의힘 내홍은 비주류·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쇄신파가 “장동혁 사퇴”를 외치며 공세를 퍼부으면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버티는 구도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1심 선고와 권영진 의원 ‘멱살잡이 사태’를 계기로 쇄신파와 당권파가 ‘공수 교대’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공세의 주도권을 쥐고, 쇄신파는 수비에 나서는 형국인 것이다.
28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홍은 최근까지 쇄신파가 공세적인 입장이었다. 오 시장과 ‘대안과 미래’ 소속 권 의원 등 쇄신파는 6.3 지방선거 전부터 “장동혁 사퇴”를 요구해왔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장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했다. 쇄신파의 집요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와 당권파는 버텼다.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구도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 시장의 쇄신 행보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쇄신파를 대표해왔던 권 의원이 ‘멱살잡이 사태’에 휩싸인 것도 변수다. 권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국회 상임위 배정에 항의하면서 정점식 원내대표와 송언석 전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인사들에게 ‘큰 일’이 생기는 와중에 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장 대표의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즉시 공세로 전환했다. 장 대표는 서울시장을 포함한 재선거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장 대표는 2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선거소청 심리에 직접 참석해 변론에 나섰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전산 조작까지 있었다면, 모든 자료와 증거를 가진 선관위가 이에 대해 말끔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총체적인 부정선거” “지금 드러난 사실관계만 하더라도 별도의 입증 없이 이번 지방선거는 무효이고,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재선거에 반대하는 오 시장측의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재선거를 외치는 것이다. 또 투표율 조작 정황을 앞세워 ‘부정선거’ 주장도 거리낌없이 쏟아내는 모습이다.
쇄신파를 겨냥한 징계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리위는 27일 조경태·권영진·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조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인 박덕흠 국회부의장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낙선 전화를 돌렸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권 의원은 멱살잡이 사태로 징계 심의를 받는다. 진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도운 이유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들 3명은 전부 비주류 쇄신파로 분류된다. 당권파가 징계를 앞세워 비주류 쇄신파에 반격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권파가 공세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윤리위에 회부된 진종오 의원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수 재건의 민심을 향해 걸어간 것이 죄라면 그 죄는 기꺼이 받겠다. 그러나 근거 없는 사당화를 위한 징계라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진 의원에게 멱살을 잡혔던 정점식 원내대표는 2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어제 공식적으로 권 의원이 제 방을 방문해서 사과 의사를 표시하고 저는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다 해결이 됐다”며 “다만 최고위에서 소위 탈당 권고, 최고 수준의 중징계가 언급이 되고 윤리위에서 징계 개시 절차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으로는 선처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