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새해 청소노동자 '벼락해고'

2011-01-04 12:45:51 게재
170명 용역 계약 해지 … 대학들 간접고용 남용 심각

"지난 연말 용역계약이 끝나자마자 청소노동자 170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어요. 대학에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로 용역계약을 하자고 하고, 용역회사는 못하겠다고 해요. 우리는 어쩌란 말입니까."(홍익대 청소원 이숙희씨)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서울 마포구 대학총장실 앞에서 대학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3일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용역업체들에 소속된 이들 청소·경비 노동자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지난 2일 오전. 홍익대 내 청소 경비 시설 등을 맡아온 업체는 지난해 12월31일 용역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입찰을 포기했다.

학교와 용역업체가 용역비 중 인건비 수준을 놓고 협의했으나, 불발로 끝난 것이다.

학교는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노조 홍익대 이숙희 분회장은 "학교측은 용역업체들에게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당 4120원수준으로 단 3개월뿐인 용역계약 연장을 요구했다"며 "지난 2일 출근해보니 회사측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를 내쫓았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사무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가 시간급 5118원을 요구하면서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노조 유안나 조직차장은 "5118원을 노조에서 제시한 것은 타학교 임금요구안을 검토한 최초요구안"이라며 "학교측과 교섭도 한번 못했다"고 말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는 홍익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세대와 고려대 청소노동자들도 지난달 자신들 몰래 용역업체를 변경하려는 학교측과 갈등을 빚었고, 동국대도 지난해 10월 용역업체를 바꾸면서 90명이 해고통보를 받았다가 삭발과 점거농성으로 다시 고용약속을 받았다.

또 한양대 성신여대 청소노동자들도 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대학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도 심각하다. 공공노조 홍익대분회는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 평균 75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한 달 식비 9000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만의 실태조사는 따로 없다. 하지만 공공노조가 최근 실시한 일반 청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98.7%가 용역업체 소속으로, 평균 기본급은 89만5000원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2008년 조사에서는 청소노동자의 여성비율이 81.6%고, 76.4%가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평균임금은 79만6000원이었다.

공공노조는 "청소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용역비와 노동조건을 실제 조정할 수 있는 학교측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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