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완전개방 첫해, 구조조정 계속
농민들 벼농사에서 밭작물로 이동 … 모든 농산물 공급과잉 압박
거대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까지 마무리해 올해 발효를 앞두고 있다. 국내 모든 농작물이 세계 평균 생산비보다 높으면 퇴출압력을 받게 됐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쌀농사를 짓다 이를 포기하고 밭농사로 갈아타는 농업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밭으로 옮기면 농작물 전반에서 공급과잉 압력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쌀관세화를 선언하면서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지금 추세처럼 줄어들면 2024년에는 51kg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논 50만ha만 있으면 국내 소비량(인구 5000만명, ha당 평균 5톤 생산 기준) 250만톤을 공급할 수 있다. 소비감소는 2013년 기준 83만ha 수준인 벼재배면적을 약 30만ha 더 줄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실제 매년 논에다 밭작물을 심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양성범 단국대 교수 "쌀시장 개방으로 벼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밭작물 생산으로 바꾸면 '밭작물 공급 확대 → 밭작물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한국 농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양 교수에 따르면 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1% 늘면 가격은 2.6~5.3% 하락하고, 5% 증가하면 12.8~26.6% 폭락한다. 고추는 각각 3.1~4.5%, 15.6~22.7% 값이 떨어지고 마늘은 최대 71.4% 폭락했다.
수입농산물도 해당 농작물만 위기로 몰고 가는 게 아니라 전체 작물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렌지가 감귤만 밀어내는 게 아니라 방울토마토농가도 위협하고, 미국산 체리가 간편하게 먹던 국내 대부분 과실류와 경쟁하는 게 현실이다.
민간농업경제연구소 GS&J 이정환 이사장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같은 품목의 농산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농산물과 일정한 대체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며 "가랑비에 옷 젖듯 누적돼 온 시장개방 후유증이 올해부터 본격 나타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완전개방 원년을 맞이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연말 기자들과 송년회에서 "완전개방 체계 아래 농업의 미래산업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는 영세소농들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한·중 FTA 국회비준안 통과 전까지 두 가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