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어렵다는 국회청원 왜 했냐고요, 국민들과 함께하고 싶어서요”
세월호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 마감 D-6
“이렇게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희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할 때 오프라인에서 국민들 만나 600만명 서명도 받아봤잖아요. 그래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명 받는 거는 설마 할 수 있겠지 했죠. 그런데 이게 인증절차가 복잡한 데다 특정 핸드폰에서 하려고 하면 인증절차로 잘 넘어가질 않아요. 그런데도 왜 국회청원했냐고요? 국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요. 곧 7주기가 다가와요. 정권 바뀌었으니 진상규명 다 되지 않았느냐고 하시는 분들 많지만 저희 가족들은 아직 알고 싶고, 알아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해야 되잖아요.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까. 국민들께서도 꼭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사무실. ‘준형이 아빠’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단숨에 말을 뱉어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2건을 올린 후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20일간 돌다 서울에 올라온 지 이틀도 되지 않았다. 버스가 닿은 지역마다 간담회, 기자회견, 문화제 …. 장 위원장 표현대로 하면 국회청원에 동의해 달라고 ‘미친 놈처럼 쫓아다녔다’. 그런데도 10만명이 되려면 아직 4만여명을 더 채워야 한다.(인터뷰 시점에 6만명을 돌파했던 동의 인원 수는 30일 오전 현재 7만명을 넘겼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10만명이 동의해야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된다. 여독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는커녕 지친 몸을 끌고 다니며 계속 외쳐야 한다.
■국회 청원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청와대 청원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굳이 국회 청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저희가 올린 청원이 2건이에요. 사참위법 개정안(bit.ly/2SoEMgS)하고 대통령기록물 열람 결의안(bit.ly/2HTUsGV).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두 가지는 꼭 국민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찌 보면 지난한 작업이지만 국민들 의견과 동의를 많이 모을수록 그 법안이 힘을 받고, 국회에서도 좀 더 경각심을 가질 거잖아요. 그런데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청와대 청원은 다른 사이트 로그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국회 청원은 안 그래요.
특히 재외국민들은 투표권은 있어도 국회 청원에는 동의하기 어렵더라고요. 핸드폰 인증을 해야 하는데 국내 폰만 인증이 된다는 거예요. 해외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 같이 해오신 분들이 우리에게 항의를 하세요. 아이폰에서는 인증절차로 잘 안 넘어가기도 하고요. 하도 안 돼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열심히 찾았더니 카카오채널을 먼저 들어간 다음에 거기서 국회 청원 사이트로 넘어가면 그제서야 인증이 되더라고요. 이것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열심히 찾아서 알게 된 거죠. 이런 거 찾아다니다 보니 국회 청원은 하지 말라고 만들어놓았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국회청원 2개 중 하나는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한계에 대해선 그동안 지적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보완하자는 내용인가요?
맞아요. 첫번째는 기간연장이에요. 출범할 때부터 조사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2년을 부여받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까지 터졌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대면조사가 거의 안 되고 있대요. 조사는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시간만 지나가니 속 터지죠.
그 다음이 인력 문제에요. 사참위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세월호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사관 인력도 반으로 나뉘어서 서른 명 정도씩 배당됐어요. 그런데 세월호 사건만 해도 조사과제가 70개가 넘는다고 하거든요. 제대로 조사하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한 거죠.
또 하나는 조사를 해보니 사참위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부분이 수사권이거든요. 강제력이 없으니 조사가 어느 단계에서 멈춰진다는 거예요. 자료를 받으려고 할 때 절차가 너무 길고요,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안 오면 과태료밖에 부과할 수 없으니 안 오면 그만이에요.
물론 수사권이 부여된다고 해도 만능은 아니에요. 경찰이 수사할 때 검찰에 압수수색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이 판단해서 영장을 발부해주잖아요. 사참위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예요. 선례도 있어요. 5.18진상규명위원회에 압수수색요청권이 있어요.
■공소시효 정지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하셨어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기 특조위가 조사를 방해받고 강제 해산됐다는 것은 재판에서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죠. 조사활동의 골든타임에 권력의 방해를 받아 참사에 책임있는 사람들의 죄를 묻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렸어요. 그런데 그동안 공소시효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결국 내년 4월 15일이면 7년짜리 공소시효가 끝나버려요. 업무상 과실치사나 허위공문서작성처럼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죄행위의 공소시효가 7년인데 내년이 지나고 나면 조사 결과가 나와도 죄를 물을 수도 없게 된다는 거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참사 당시에 구조세력 중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사람은 123정장 1명뿐이었어요. 그런데 재수사해보니 당시 해양경찰청장까지 11명이 123정장 공동정범으로 올해 기소됐잖아요. 조사활동이 진행되면서 얼마든지 추가 책임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공소시효 정지가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사방해가 있었던 1기 특조위 기간, 그리고 사참위의 조사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를 정지해야 됩니다. 이 역시 전례가 있어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켰거든요.
■두번째 국회청원은 참사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위해 국회가 결의해 달라는 내용이죠.
사참위가 접근하지 못하는 기록이 크게 3종류가 있는데 대통령기록물, 그리고 국정원과 군의 기록물이에요. 국정원과 군에 대해선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대통령기록물같은 경우는 목록까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돼 있으니 답답한 거죠. 법상 국회의원 3분의 2가 결의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거고요.
솔직히 이 부분에선 검찰에게 할 말이 많아요. 검찰이 이미 증거화한 대통령기록물이 있거든요. 1기 특조위 방해 혐의를 조사하면서 검찰이 대통령기록물을 이미 열람했고 일부는 증거화도 했어요. 특조위 방해기간인 2014년 11월 7일부터 2016년 9월30일까지, 그리고 군 기무사를 동원해 유가족을 사찰한 기간 2014년 4월 16일부터 같은 해 7월 30일까지 대통령 기록물 2만건을 열람해서 1152건을 압수해갔다고 하더라고요. 검찰에서 증거화를 했다면 진상규명 측면에서도 조사해봐야 할 내용이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그래서 이 내용에 대한 협조요청을 사참위에서 했는데 검찰이 안 된대요. 그런데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왜 안 되는지 의아해 하더라고요.
■검찰은 지난해 세월호특별수사단도 꾸리고 의지를 보이는 것 같더니 정작 협조는 잘 안되고 있는 거네요.
특수단이 처음 생겼을 때 가족들이 그랬어요. 그래도 이번엔 열심히 하려나 보다. 그런데 지금 정말 웃기지도 않아요. 화려하게 출범하고 벌써 1년 됐는데, 사참위와 가족들이 검찰에 고소고발한 게 총 20건이고 크게 분류한다고 해도 12가지 중에 특수단은 딱 2가지만 기소했어요. 다른 건 수사가 되고 있는지 어쩐지 알 수도 없고요.
기소 시점도 미묘해요. 두 번 다 검찰 인사 있는 시기와 겹쳐요. 특수단 출범했을 때 임관혁 단장에게 저희가 말씀드린 건 개인 영달이나 이런 거 앞세우지 말고 정말 검사의 자존심으로 제대로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정말 어디 검사장이나 해보겠다고 하신 거 아닌가, 세월호 사건을 개인 영달에 이용하려고 한 게 아닌가 정말 의문이에요. 사참위가 오죽하면 특검을 요청했겠어요. 검찰에게 수사의뢰했는데 제대로 안 해주니 특검을 요청한 거잖아요. 사참위와 특수단의 공조도 잘 안 돼요. 이러려면 왜 특수단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돼요.
피해자 가족들이 검찰에 참사 관련해 직접 고소고발을 한 이유가 뭐냐면 저희는 검찰에 가서 고소인 조사를 받고 싶거든요. 그런데 딱 한 번 받았어요. 저하고 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님 같이 가서 7시간 정도 받고 그걸로 끝. 이게 뭐에요.
■세월호특별법 처음 제정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피해자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참사 진상규명, 개선점 파악, 정기적으로 현실적용 여부 파악까지 나라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던데요.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나서야 하는 악순환을 겪어야 할까요.
사참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행정부에 권고안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1년 안에 이 권고안이 이행되고 있는지 국회가 확인할 수 있거든요. 영국같은 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그 권고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굉장히 낮아서 3%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질책하면 그제서야 받아들이고요.
권고는 아무리 많이 나와도 안 지켜지면 소용 없잖아요. 지켜지도록 계속 지켜보는 노력을 국회에서 해줘야 해요. 그렇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피해자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정말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