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210조원 … 대한민국 빚으로 연명

2023-09-04 11:04:57 게재

가계·기업·정부 부채규모 4770조원

통화긴축 2년, 금리는 두 배로 올라

국가경제의 근간인 경제 세 주체가 빚으로 연명하면서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통화긴축을 시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부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서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시작된 통화긴축정책이 2년을 맞은 시점에 각 경제주체의 부채에 대한 이자만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직전인 2021년 2분기 말과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빚은 늘고, 금리는 올라,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우선 경제주체의 부채가 통화긴축정책이 무색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1862조8000억원으로 2021년 2분기말(1810조6000억원)에 비해 52조2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두분기 연속 감소하다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기업부채도 증가세여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177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나 증가했다. 국가부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 말 113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3주체의 부채 총액은 4771조6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2161조8000억원)의 220.7%에 이른다.

막대한 부채는 곧 이자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2021년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기준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2.75%, 2.79%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7월 가계 및 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5.26%, 5.03%로 2년 만에 두배 가까이 올랐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1.98%에서 3.68%로 거의 두배로 뛰었다.

이처럼 금리가 두배로 오르면서 이자부담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주체가 안고 있는 부채총액에 가중평균금리를 곱하면 △가계 93조7000억원 △기업 93조3000억원 등 연간 187조원의 이자부담이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중평균금리는 평균치여서 개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와 차이가 있지만, 경제주체 전체가 지는 부담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지난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2조9000억원 늘어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3일 '2023~2027년 국가채무관리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채무는 721조3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해 적자성채무에 대한 이자부담만 2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3주체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 총액만 209조90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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