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청소년 집단괴롭힘, 이민자 어머니 자살 위험 높여

2024-01-28 16:32:53 게재

김진호 교수팀, 워싱턴 대학과 공동 연구 수행 결과 발표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집단괴롭힘이 이민자 어머니의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진호 교수팀(제1저자 보건과학과 석사과정 손혜원)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은혜 교수와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 다문화청소년이 겪는 집단 괴롭힘이 그들의 이민자 어머니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다문화청소년과 이민자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최대 규모의 다문화청소년패널조사를 활용했으며, 유전적 특성 및 문화적 배경, 이주 경험, 가정 환경 등의 다양한 교란요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엄밀한 분석 방법론을 활용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과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Social Science & Medicine'에 미국 현지시간 기준 1월 13일자로 게재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 청소년이 집단 괴롭힘에 노출될 경우 그들의 어머니 또한 자살 생각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놀라운 점은, 이민자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이러한 관계가 완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똑같이 자녀가 괴롭힘에 노출되었더라도 저학력·저소득 어머니가 고학력·고소득 어머니에 비해 더 큰 자살 생각의 증가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문화청소년을 향한 집단괴롭힘의 영향이 결코 피해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의 폭을 크게 넓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관계가 이민자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관련 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오늘날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청소년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 통합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뚜렷하게 나타났듯이,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배타적 태도는 다문화가정 구성원 모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찍이 다인종·다민족 사회였던 유럽과 미국은 내국인과 이민자 간의 갈등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며, 그만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할 때, 다문화가정을 향한 포용적인 태도는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민자 어머니들의 사회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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