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수출입은행│③ 비효율적 경영

관리직 비중 높고 해외법인 운영 부적절

2015-08-13 10:49:41 게재

정부지침 어긋난 성과급·퇴직금 지급 … 여러 차례 감사원 지적에도 제도 유지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출해 준 기업들의 잇단 부실로 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방만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 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사항을 몇 년간 유지하다가 다시 지적을 받는 등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의 직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수출입은행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이 시중은행 중 가장 낮고 국책은행 중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상측면으로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에는 수출입은행의 방만 경영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차등없는 성과급 지급 =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집행지침'에 따르면 경영평가 성과급은 2009년의 경우 최고등급이 최저등급 성과급 지급액의 1.5배 이상으로 하도록 했고 2010년부터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배 이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2009년 차등수준을 정하지 않고 성과급 지급률을 150%로 정해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비율로 지급했다. 2010년에는 팀장급(G2) 이상 직원은 차등수준을 1.35배로 했지만 일반 직원들은 1.16배에 그쳤다. 2011년부터 본부장과 부서장급(G1급) 이상에 한해서는 차등수준을 2배 이상으로 했지만 팀장과 직원들은 각각 1.32배와 1.15배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지만 수출입은행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 문제는 단체협약 관련사항이라며 현재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의 관리직 비율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재부는 2009년 공공기관의 관리직 비율을 제시하면서 수출입은행에 대해 관리직 비율을 12%로 하고 최하단위 조직의 관리직원 수는 11명으로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2009년 기재부에 해외사무소장을 비롯해 부서장·팀장급 직위자 41명을 누락해 실제 관리직 비율인 21.2%와 다르게 15.7%로 낮춰 보고했다. 그 이후 관리직 인원이 60명 더 늘어 지난해 관리직 비율은 24.6%로 증가했다. 전체 팀장급 직위자의 관리직원은 평균 3.3명에 그쳐 정부 기준인 11명에 크게 못미쳤다. 감사원은 "관리직 비율을 줄이기 위한 부서 통합 등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과다하게 운용하고 있는 관리직을 감축하는 등 효율적인 조직운영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수출입은행은 2017년말까지 관리직 비율을 21%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도 수출입은행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상·하반기 직위 수를 초과하도록 G1직급과 G2직급을 신규 임용해 2014년 상반기에 부서장·팀장급 직위가 없는 무보직 부서장(1명)과 팀장(13명)이 14명에 달했다. 보직이 없더라도 승진시 연간 직무급을 300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보직없는 관리자에 대해서는 관리자 직급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기재부 협의없이 별도인력 운용 = 수출입은행은 인력 운용에 있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직급별 정원을 정하고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분야는 상시·지속적인 정규업무를 수행하는 특수전문직으로 정원과 별도로 운영되지만 정년이 만58세로 정원 내에서 관리하는 전문직(만60세)과 큰 차이가 없고 임금수준도 비슷하다. 2013년 기준으로 평균보수는 9800만원이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 특수전문직 33명을 정원 외 별도인력으로 운용하고 있으면서 기재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임금피크제 운영과 관련해서도 정원 외 별도 인력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2005년부터 직원의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에 퇴직 전인 만 56세부터 임금을 연차별로 하락시키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금융공공기관들은 임금피크제 직원을 정원 범위 내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45명을 일선에 배치해 여신 관련 업무를 맡기면서 기재부와 협의 없이 이들을 정원 외 별도 인력으로 관리했다. 2013년 임금피크제 직원의 평균급여는 1억1100만원에 달했다. 특수전문직과 임금피크제 인력은 2001년 2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 78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밖에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임원과 집행간부에 대해서는 평균임금에 포함해 산정하고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알고보면 적자인 해외 법인 = 수출입은행은 해외 현지 법인 4곳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밝혔지만 감사원에서 본점의 금융지원을 제외해 손익을 재산정한 결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본점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개 해외 현지 법인에 자금대출이나 지급보증을 하면서 자금대출의 경우 수출입은행의 차입원가율보다 1.72~2.19%p만큼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지급보증도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 보증요율보다 0.6~0.75%p만큼 낮게 해 317억원 가량의 혜택을 줬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결과다.

감사원이 차입원가율과 보증요율을 정상화해 3년간의 해외 법인의 손익을 재산정한 결과 282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던 것이 34억여원의 순손실 발생으로 변경됐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 해외 법인의 수익구조 등을 고려해 폐쇄·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계속 운영할 경우 일반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이 아닌 중·장기수출금융지원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개편하도록 조치 의견을 밝혔다.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 = 감사원은 2009년과 2013년 수출입은행의 과도한 복리후생비 예산 편성을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올해도 주의요구 조치를 취했다.

수출입은행은 근로자의 날, 창립기념일, 경로효친(설·추석) 행사비를 기념일 행사비라고 해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직원 1인당 90만원에서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장기근속 위로금은 매년 10년차 20년차 30년차 장기근속자에게 각각 50만원, 100만원,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선택적 복지비를 운영하면서도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가족에 대한 의료비와 지원대상이 아닌 치과 보철에 대해서도 의료비를 지급했다.

또한 2010년 감사원으로부터 정부 지침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휴가·휴일제도를 운영하지 말라고 지적받았지만 본인의 이사와 결혼기념일 등의 사유로 연 3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청원휴가제도를 그대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른 정부가이드라인에 맞게끔 제도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조직 내외부적으로 감독관리체계가 느슨하고 허술하다"며 "수출입은행은 제도적으로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정부의 외청 성격이라서 감시의 사각 지대에 있다"며 "국회에서 견제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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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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