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 ③

우레탄트랙 철거예산 전액 삭감

2016-07-28 10:46:32 게재

'추경 핑퐁게임'에 학생들만 피해 …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절반 부담"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된 초·중·고교 우레탄트랙을 교체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출한 추경 예산안이 예산당국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 우레탄트랙 설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시설이라고 발표한 정부가 정작 교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정부 내 '예산 핑퐁게임'에 애꿎은 학생들만 발암물질 투성이 운동장을 상당기간 사용하거나 체육수업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

전국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 회의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첫번째)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문체부는 나 몰라라"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우레탄트랙 교체를 위해 교육부가 제출한 예산 776억 원이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추경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우레탄트랙과 운동장 276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1767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를 제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는 약 14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교육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교체 예산 절반을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 운동장 우레탄트랙 사업이 문화부와 공동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2008년 교육부와 문체부는 문화예술·체육교육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인조잔디, 우레탄 다목적 구장 등 다양한 형태의 운동장을 설치했다. 문체부도 지난 6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교육부와 교육청 지자체 등 관계 기관과 개보수비원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의과정에서 문체부는 지원불가로 입장을 바꿨다. 리우 올림픽 선수단 지원만으로도 체육진흥기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레탄트랙 문제가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체육시설로 확산된 것도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2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전면교체에 드는 예산은 전체 1475억원인데, 현재 확보된 예산은 340억 원밖에 되지 않은 점, 이번 추경안을 만들면서 교체예산 776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빠른 전면교체를 위해 이번 추경에 예산을 반드시 포함시키거나 일반 예비비 1조2000억원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부금 동원하라는 교육부 = 사정이 이쯤 되자 국고지원을 추진하던 교육부는 결국 시도교육청에 손을 내밀었다. 교육부는 우선 각 시·도교육청과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대응 투자' 방침을 밝히고 국가시책 특별교부금 170억원을 배정했다. 시·도교육청이 170억원을 부담해 총 340억원을 재원으로 운동장 전체가 우레탄이거나 오염이 심각한 곳 등부터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28일 열린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각 시·도교육청도 예산 지원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오염된 트랙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다음 달 초 결정되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늘어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해 철거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교부금은 내국세 증가로 올 하반기 1조9000억원 가량 추가된다. 하지만 우레탄트랙 관련 추경예산이 전액 삭감돼 교부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소식에 시도교육청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누리예산도 교부금으로 편성하라는 교육부가 교체비용까지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 안전에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시·도교육청으로서는 드러내놓고 거부의사를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는 교부금으로 누리예산도 해결하라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추가 교부되는 교부금 총액을 상회한다"며 "하지만 학생 안전의 심각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소한의 학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레탄트랙만이 아니라 석면, 공기질, 내진설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면서 "주먹구구식, 예산 돌려막기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예산, 인력 등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지금이라도 교체작업에 돌입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하지만 학교현장은 교부금이 추가 교부돼도 예산이 부족한데 국비가 아니라 지방교육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연재기사]
- ① 우레탄 트랙 학교, 64%가 기준치 초과 2016-07-26
- ② KS기준 나온 뒤에도 납 성분 검출 2016-07-274
- ③ 우레탄트랙 철거예산 전액 삭감2016-07-28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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