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

우레탄 트랙 학교, 64%가 기준치 초과

2016-07-26 11:14:22 게재

유성엽 의원, 교육부 자료 공개 … 시민단체들 '장기노출 학생 건강검진' 주장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초·중·고교 10곳 중 6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제거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해당 학교들은 발암물질 트랙을 상당기간 방치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장기간 기준치 이상 납성분에 노출된 학생들에 대한 건강검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도내 모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중금속이 검출됨에 따라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전수조사한 결과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96곳의 트랙을 사용 중단 조치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제거 비용도 부족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국민의당)이 25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전국 2763개 초·중·고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1767개 학교에서 한국산업표준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따르면 광주는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초·중·고 59개 학교 중 53개 학교(89.83%)가 기준치를 넘어 17개 광역시·도 중 기준치 초과 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울산(80.2%)으로 초등학교 35곳 중 29곳, 중학교 23곳 중 18곳, 고등학교 30곳 중 23곳, 특수학교 3곳 중 3곳이며 충북(79%)이 초등학교 51곳 중 38곳, 중학교 27곳 중 19곳, 고등학교 21곳 중 21곳, 특수학교 1곳 중 1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북(71.67%)△경남(68.59%)△전남(67.72%)△전북(67.61%)△인천(67.09%)△강원(64.97%)△충남(62.66%)△경기(62.28%)△대전(61.76%)△대구(60.25%)△부산(57.86%)△제주(56.80%)△서울(45.42%) △세종(44%) 등의 순이다.

문제는 우레탄 트랙 교체는 커녕 제거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이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제거 및 재설치 비용을 절반씩 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리우 올림픽을 이유로 예산 부족을 알려오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유 의원은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추가경정예산 1474억원을 신청했지만 예산을 전부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국회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많은 학교가 우레탄 시설 교체를 위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어서 학생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산당국은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의 절반 가량을 삭감한 예산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농도 노출도 위험 = 우레탄 트랙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시민교육단체를 중심으로 고농도 또는 장기 노출 등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학교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런 주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납은 환경적으로 유해한 중금속으로 고농도 뿐 아니라 저농도 노출이 지속될 경우 아동들의 인식 및 신경정신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며 건강검진 실시를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듀크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센트럴주립대 연구에서 2㎍/㎗ 정도의 경미한 혈중 납 농도에도 아동의 학업성취도 및 인지능력, 이상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단체 은재식 사무처장은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은 납을 쉽게 흡수하고 손상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특히 납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며 "따라서 인조잔디에 이어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가 초과된 납이 검출된 이번 사안은 매우 심각한 사인이며 학생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납 중독은 증상이 시작되고 나면 완치시키기 어려운 '비가역적'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후 대처' 정책보다 '사전 예방'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소한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차원에서라도 고위험군 학교를 대상으로 샘플조사라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도 성명을 내고 "납에 장기간 노출되면 과잉행동장애(ADHD)와 주의력 결핍, 뇌신경계 질환은 물론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기준치 초과 학교 학생 전원에 대한 건강검진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의 납 중금속이 인체에 쌓이면 가볍게는 피로·두통·면연력 저하·탈모· 대사 질환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고, 중금속에 따라서는 암·심혈관계 질환·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것들도 있다. 또 혈액 내 점도를 높여 혈액순환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신경독성 혹은 발암성으로 인해 치매·신경염·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다.

[관련기사]
- 정부 예산타령에 교육청이 나서 개보수 추진

['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연재기사]
- ① 우레탄 트랙 학교, 64%가 기준치 초과 2016-07-26
- ② KS기준 나온 뒤에도 납 성분 검출 2016-07-274
- ③ 우레탄트랙 철거예산 전액 삭감2016-07-28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