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②
KS기준 나온 뒤에도 납 성분 검출
2011년 이후 시공한 초·중·고 521곳서 … 시민단체 "마사토 운동장으로 전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학교 3곳 중 1곳은 한국산업규격(KS) 기준이 마련된 후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들은 KS 기준을 적용한 뒤에도 유해성이 드러난 우레탄을 퇴출시키고 마사토 등을 활용한 친환경 운동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 전수조사에서 기준치 이상 납이 검출된 초·중·고교 1748곳 중 521개교(28%)가 KS기준이 마련된 이후 시공됐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는 준공 당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기준치의 24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되기도 했다. 우레탄의 납 함량과 관련한 KS기준은 2011년 4월 처음 마련됐다.
◆유행성 검사 강화 움직임 = 기준이 마련된 뒤 시공된 트랙에서 납 성분이 초과 검출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재료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공 과정에서 납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재까지 교육당국과 업계의 추정이다. 현재 상당수 학교는 이를 근거로 관리가 편리한 우레탄 트랙의 재시공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레탄 트랙을 재시공하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학교 운동장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보다 41배나 많은 납이 검출되기도 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크롬과 수은을 함유한 트랙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15년여 검증 기간을 거쳐 유해성이 입증된 우레탄 트랙을 전면 폐기하고 마사토 운동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유해성 논란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 교육 주체와 지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면서 "교육청이 '바람직한 학교 운동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대안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25일에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성 논란이 없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안전한 마사토 운동장으로의 교체가 가장 합리적"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계속 우레탄 트랙 재조성을 고집하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며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운동장은 관리비와 개·보수비 등 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구조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아직까지 우레탄 트랙을 선호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체 대상 초·중·고 1748곳 가운데 다시 우레탄을 깔겠다는 학교가 83.3%(1456곳)에 달했다. '마사토(흙)'는 12.4%, '천연잔디'는 3.9%에 그쳤다. 교육당국은 학교 구성원들의 결정인 만큼 유해물질 검사 및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우레탄 재시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해성 검사 기준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KS 유해성 검사는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등 중금속 4종에 대해 이뤄지고 있으나 프탈레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소재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용도의 화학물질로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3월 환경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운동장 우레탄트랙 유해성 조사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다량 검출됐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은재식 사무처장은 "원재료, 시공과정, 시공 후 어느 과정에서도 납이 첨부될 수 있는 우레탄을 제시공하는 것은 교육과 안전,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우레탄 트랙을 깔고 철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교육청 사례 =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남교육청이 학교관계자와 학부모들을 초청해 '2016년 우레탄트랙 검출학교 개보수 사업 설명회'를 열고 우레탄트랙의 유해성과 마사토 운동장으로의 전면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19일 열린 설명회에서 "유해 중금속 발암물질을 함유한 우레탄이 여전히 학교 운동장을 점령하고 있다"면서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학생의 건강"이라며 마사토 운동장으로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어 박 교육감은 "유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은 매일 매일 축적돼 옥시처럼 10년이 더 지나야 밝혀지기 시작한다"며 "현재 유해 중금속 검사는 납, 카드뮴, 6가크롬, 수은 단 4가지를 대상으로만 검사하고 있는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발암물질 범벅' 운동장 우려 확산'연재기사]
- ① 우레탄 트랙 학교, 64%가 기준치 초과 2016-07-26
- ② KS기준 나온 뒤에도 납 성분 검출 2016-07-274
- ③ 우레탄트랙 철거예산 전액 삭감201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