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판단 불가"

2016-08-24 10:52:15 게재

공정위, SK케미칼·애경·이마트 '심의절차 종료'

"위해성 입증되면 제재 가능 … 면죄부 아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이 제품의 주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 불가' 결정을 내렸다.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인체위해성 여부가 명확히 확인된 바 없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 인체위해성이 확인되면 다시 제재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제품의 주성분명 등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 경우 등에 내려지는 조치다. 과징금이나 검찰고발 등 당장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심의를 이어갈 수 있다.

앞서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말까지 팔았고, 이마트는 이 제품을 애경으로부터 납품받아 '이마트(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라는 이름으로 2006년 10월부터 2011년 8월말까지 판매했다.

이들 3사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은 CMIT/MIT로 가습기살균제 성분 가운데 이미 인체위해성이 확인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다른 물질이다.

공정위는 2012년 조사를 벌여 PHMG/PGH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무해', '인체안전' 등으로 표시·광고한 옥시 등 4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과 검찰고발 등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업체인 애경과 이마트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었다.

공정위는 그러나 올 4월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신고접수(이마트는 직권인지) 등에 따라 다시 조사를 진행했고, 이번에는 이들 회사가 제품의 주성분명과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했다고 보고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들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당장 판단할 수 없다고 다시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의 인체위해성 여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환경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최종 결과가 나와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CMIT/MIT 원액의 유독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희석해 제조된 제품의 인체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제품의 주성분명 및 독성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점만으로 위법행위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환경부 조사결과 인체위해성이 입증되면 다시 조사에 나서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환경부는 폐 손상 피해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해 이번 사건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에 대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폐 손상 외 기관지염, 기타 장기 손상 등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은 "이번 의결로 공정위가 애경 등의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며 "환경부 조사결과 등을 통해 인체위해성에 대한 추가적 사실관계가 확인돼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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