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가상화폐 '○○코인' 줄줄이 법망에 걸려

2016-08-26 11:38:28 게재

유니온플러스코인 내세워 100억 사기일당 잡혀 … 거래소 만들고 해외네트워크 내세워 피해자 속여

획기적인 수익률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던 온갖 가상화폐 ○○코인이 줄줄이 법망에 걸려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유토큰, 케이코인, 퍼펙트코인 등이 수사망에 걸려든 데 이어 최근에는 유니온플러스코인을 내세워 불법유사수신을 해왔던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가상화폐 거래소까지 만들며 6000여명에게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찾으려는 수요가 가상화폐라는 '솔깃한' 재료를 이용한 사기의 자양분(?)이 되는 모습이다.

경찰이 압수한 자금관리 문서(사진 위).제멋대로 조작해서 홈페이지에 올린 유니온플러스 시세 차트(아래 왼쪽)와 홍보포스터.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기분 따라 시세 임의로 올려 =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가짜 가상화폐인 유니온플러스(UP)코인에 투자하라며 5723명의 투자자에게 94억95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일당 8명을 검거했다. 이 중 전체 범죄를 기획한 회장 홍 모(54)씨 등 2명이 도주해 지명수배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홍 씨 등은 지난해 1년간 전국에 32개 지역센터 및 미국 일본 홍콩 등에 해외센터를 설립해 유니온플러스코인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유니온플러스코인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로 투자해서 가지고 있으면 수십배의 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홍 씨 등은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코인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양 거래소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시세를 임의대로 조작하기도 했다. 수사를 진행한 박범호 경위는 "홍씨는 그날 기분따라 UP코인의 시세를 정해 홈페이지에 올렸고 UP코인의 시세는 항상 오름세로만 기록됐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투자한 돈 2억원을 받으려 회사에 합류했다 범행에 동참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전산실 팀장으로 근무하다 구속된 신모씨(34)는 자신의 아버지가 투자한 2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돌려받으려 회사에 들어갔다가 발을 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화하는 가상화폐 사기 = 가상화폐 사기는 유명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붐을 일으킨 이후인 지난해부터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비트코인을 빙자한 사기 유형이 많았다. 지난해 한 쇼핑몰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환율과 수수료, 통관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해외 스마트폰을 판다고 홍보하고는 구매자들이 돈을 보내오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사기를 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비트코인은 은행이나 국가별 결제망을 통하지 않고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송금 등에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이후에는 새로운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기가 주를 이뤘다. 종종 국제적인 사기사건에도 가상화폐가 동원됐는데 지난해 4월 태국경찰은 유토큰이라는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해 전세계 투자자를 끌어모은 일당을 검거한 바 있다. 유토큰 사기조직은 국내에서도 서울 부산 울산 등 대도시에서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후 가짜 가상화폐 사기는 이어졌다. 케이코인, 퍼펙트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검거된 퍼펙트코인 관련 업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장차 퍼펙트 코인이 금융기관에서 화폐를 대신해 사용될 예정이니 가치가 오르기 전에 미리 사 놓아라"고 현혹했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발행한 것처럼 꾸민 힉스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내세워 사기를 친 일당도 올 3월 검거됐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가상화폐 금융사기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피해는 줄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내세워 사기를 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설사 가짜 가상화폐가 아니라도 할지라도 법정통화가 아니어서 보증받을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발행사가 문 닫으면 그대로 손해가 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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