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학교서 '6차산업' 배우고, 기업에서 직업체험

2016-09-09 10:05:06 게재

성동구 "온 마을이 청소년 창의체험학습장"

지역자원 총동원 '융복합혁신교육특구' 박차

"꿀벌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7가지 있어요. 뭐라고 했죠?" "벌집" "꽃가루" "벌술?"

서울 무학중학교(성동구 행당동) 동아리 '꿀벌체험반' 회원 20명은 한달에 한차례 성수동1가 서울숲 내 '무지개 꿀벌학교'를 찾는다. 4월 꿀벌의 생태 공부를 시작으로 꿀 생산과정을 살피고 꿀벌 언어를 탐구한데 이어 9월에는 꿀을 활용한 일상제품까지 만들었다. 꿀벌학교는 단순한 생태체험장이 아니라 1차산업인 양봉부터 2차산업인 제조·가공, 3차산업인 서비스를 결합한 '6차산업'을 배우는 공간이다.

성동구가 마을 전체를 체험학습장으로 바꾸었다. 서울숲 내 무지개 꿀벌학교에서 벌의 생태부터 양봉 관련 산업까지 체험하고 있는 무학중학교 학생들이 꿀벌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성동구가 지역자원을 총 동원해 온 마을을 초·중·고교생 창의체험학습장으로 바꿨다. 학교 교과과정이나 자유학기제 방과후교육 동아리활동과 연계해 아이들이 꾸준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적성·직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도록 돕는 '온마을 체험학습장'이다. '융복합 혁신교육 특구'에 박차를 가할 사업이기도 하다.

무지개 꿀벌학교는 꿀벌을 매개로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생태교육장이자 아이들이 경제산업을 익히는 장이다. 서울숲 공원관리소와 협업체계를 구축, 양봉장을 조성하고 꿀벌 7만마리를 분양받았다. 윤상복 '에덴의 꿀벌학교'(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대표가 꿀벌장 운영과 아이들 교육에 동참한다. 에덴의 꿀벌학교는 농림축산식품부 양봉현장실습장이자 농촌진흥청 농촌교육농장이다. 김진태 농축산동물보호팀장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7개월에 걸쳐 교육을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꿀벌에 대해 쓴 글이나 꿀로 만든 제품 전시회까지 한다"며 "아이들이 딴 꿀은 이웃을 위한 나눔에 활용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 한해만 무학중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각 20명씩 3개 모둠이 서울숲에서 벌을 관찰하고 꿀을 직접 채집했다. 에덴의 꿀벌학교에서도 같은 교육을 진행, 14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수강내용은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남는다. 윤상복 대표는 "꿀벌의 사회생활은 사람과 비슷해 아이들이 자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며 "벌의 독이나 벌꿀 등 식품과 난방연료로도 쓰이는 양봉산물을 접하면 진로 고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동에 자리잡은 기업은 아이들이 직업현장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할애한다. 의류패션 자동차 의료 정보통신 등 176곳이 청소년들에 문을 열고 업체별 특징이나 상품·서비스 생산·제공과정 등 해당 직업군에 대한 안내까지 맡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1590명이 현장에서 미리 직업체험을 했다. 구는 성수동 준공업지역에 산업경제체험센터, 용답동에 자동차산업체험센터도 설치해 또다른 현장체험과 함께 여러 업체활동을 총괄하는 관제탑 기능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상은 역사문화예술, 자연은 생태과학 체험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태조 이성계 축제나 뚝도사냥축제, 왕십리광장 문화공연을 비롯해 동별 주민행사도 학생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참여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마장동에 문화예술체험센터가 문을 열면 문화예술분야 전문가 교육기부와 연계해 창의문화예술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숲 한강 청계천 중랑천 등 자연자원을 활용한 캠핑장체험이나 철새관찰교실 매미학습교실 텃밭교실은 아이들이 인성과 감성을 겸비한 인재로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마을과 학교는 '동교동락'을 꿈꾼다. 왕십리도선동을 비롯한 17개 동주민센터가 지역 내 20개 초등학교와 교육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약속했다. 주민센터 내 공간을 학교동아리에 개방하고 동별 장학회 장학금 지원, 학교 밖에서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등 마을 전체를 교육공동체로 엮는다는 구상이다.

성동구는 온마을체험학습장을 비롯한 융복합 혁신교육특구 사업이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태어난 집안 형편은 달라도 배움은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며 "성동구 전체를 체험학습 교육장으로 조성해 적성·진로개발이나 진학에 도움을 주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