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인천 대구 대전 … 지방 곳곳서 최순실의혹 확산

2016-11-01 09:56:40 게재

국책사업 넘어 대학·기업에도 손 뻗쳐

측근·친인척 동원 이권개입 의혹 확산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그림자가 지방 곳곳에서도 어른거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최씨가 근무했던 대학을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도록 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컬처밸리 사업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에서는 수도권매립지 승마장 운영권을 노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전에서는 사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된 벤처기업에 최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 동생 정 민회씨가 부사장으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씨 일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순실 근무했던 비리 전문대, 대통령이 극찬 =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15일 설립자가 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영진전문대학을 전격 방문했다. 당시 이 대학 설립자는 학교와 학교법인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고, 건설사를 운영하는 설립자의 아들은 대학이 발주한 공사를 독식해 벌어들인 회사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중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 전문대학으로 영진전문대를 선택했다. 당시 설립자 일가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대통령의 방문지로는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방문 이유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 특히 설립자와 그 아들이 박 대통령 방문 한 달 후 모두 집행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최근 최씨가 이 대학의 부설유치원 부원장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 방문이 최씨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씨는 1988년 8월부터 1993년 2월까지 이 대학 부설유치원 부원장으로 재직했고 교수 직함도 갖고 있었다. 대학 측이 정확하게 해명하지 않아 채용과정은 불투명하다. 영진전문대측은 "30년 전 최씨가 부설유치원 부원장으로 재직한 것은 특혜도, 특수관계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수도권매립지 승마장 운영권 노렸나? = 인천에서도 최씨의 이권개입 의혹이 나왔다. 수도권매립지에 조성된 승마장 운영권을 둘러싼 의혹이다. 발단은 2014년 10월 28일부터 열린 제주 전국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중 유독 승마경기만 인천 수도권매립지 승마장에서 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 등에서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최씨 부부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승마협회·대한체육회 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공사를 압박, 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 부부가 박씨를 통해 수도권매립지 승마장 운영권을 노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달 31일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면 최씨는 승마협회에 심은 최측근 대리인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승마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려 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승마장은 수영장과 함께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조성된 경기시설이다. 대회가 끝난 뒤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4번의 운영업체 선정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돼 2년 넘게 방치돼 있다. 수도권매립지공사가 5차 공고를 내려 했지만 인천시가 반대해 현재는 모든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이 시설은 서울·경기·인천·환경부로 구성한 수도권매립지 4자협의체가 인천시에 즉시 이관하기로 결정한 부지 위에 조성돼 있다. 이르면 올해 말쯤 인천시 소유가 된다.

수도권매립지공사 한 관계자는 "당시 승마장 운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말 인천시 이관을 앞두고 모든 행정절차가 멈춰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K-컬쳐밸리' 차은택 개입 의혹 = 경기도에서는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K-컬처밸리' 사업자로 CJ그룹이 선정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의회가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14일 열리는 5차 회의에서 차씨를 참고인으로 채택,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용수(더불어민주당·파주2) 조사특위 위원장은 "경기도의 한류마루 조성계획이 CJ가 주도하는 K-컬처밸리 사업으로 갑자기 바뀐 배경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차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돼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컬처밸리는 박근혜정부의 역점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으로, 차씨는 이 사업을 주도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앞서 조사특위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고양 한류월드 부지에 영상산업단지와 지원시설인 '한류마루'를 조성하려던 사업계획이 1주일 만에 갑자기 CJ E&M이 주도하는 K-컬처밸리로 변경된 이유를 물었다. 또 계약당시 사업자가 외국인투자기업 요건을 못 갖췄는데도 토지 임대료를 공시지가의 1%(8억3000만원)로 50년간 장기 임대한 이유 등에 대해 따졌다.

이에 대해 도는 지난달 31일 설명자료를 내 "한류월드 부지는 오랜 기간 매각에 난항을 겪은 바 있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업 유치에 주력했고, 그 결과 CJ E&M 컨소시엄과 부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관심이 집중된 사업이어서 공정성을 중심에 두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 극찬 결과는 투자사기 = 대전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모델로 제시한 벤처기업이 도마에 올랐다. 대전지검은 지난 9월 말 KAIST(한국과학기술원) 출자회사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투자자를 속여 17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카이스트는 교육콘텐츠 및 IT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교사와 학생간 양방향 스마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교육 소프트웨어인 '스쿨박스'를 개발했다. 이 때문에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대표적인 창조경제 벤처기업으로 아이카이스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지난 8월까지 있던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이 바로 최순실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 동생 정민회씨였다. 정씨는 김 대표의 사기혐의가 불거진 후 사퇴했다.

지역에선 한때 최씨 부부가 아이카이스트의 주주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씨가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데 활용된 셈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림자가 전국 구석구석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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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최세호 곽태영 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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