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재활의 길을 찾다│①구멍뚫린 교정·교화 프로그램
보호관찰 청소년 재범률 성인 2배
최근 6년 평균 11.3% … 성인범죄와 다른 접근법 필요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강릉 또래 집단폭행사건에 이어 올해도 인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부 가해자들이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존 소년범 교정·교화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과가 있는 소년범 2만 2166명 가운데 41.4%가 전과 4범 이상, 15.9%는 전과가 9번 이상으로 집계됐다.
청소년이 범죄에 연루되면 죄질이 나쁜 경우 소년원에 수용되지만 대부분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다. 보호관찰처분은 해당 청소년을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대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배려하는 제도다. 대신 보호관찰관들이 소년범들을 면담하고 지도해 재범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1.3%다. 성인 재범률(4.8%)보다 2배 이상 많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은 2012년 12.0%, 2014년 10.6%, 지난해 12.3% 등으로 늘어난다. 최근 6년 7개월 평균 11.3% 수준을 보였다. 금 의원은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청소년 재범률이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보호관찰 대상자 중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관찰관 수 늘린다는데 = 청소년관련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도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제도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대상 수를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낮춰가기로 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소년범 보호관찰 대상은 2만5646명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은 191명에 불과하다. 이는 1인당 134명꼴로 OECD 평균치(27.3명)의 7배 수준이다. 사실상 밀착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란 얘기다. 이 사실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OECD 평균치의 1.5배(41명) 수준으로 1인당 관리 대상 인원을 낮추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대상 수를 OECD 평균(27명) 수준으로 낮춰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실패한 기존 방식만 되풀이 = 정부의 제도개선 방침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범죄동기가 성인과 전혀 다른 청소년 범죄에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환경적 결핍과 나쁜 자극을 우선 꼽는다. 실제로 소년원에 수용된 청소년 대부분이 결손가정 출신이다. 즉,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청소년이 음란물이나 폭력적 콘텐츠를 자주 접하면서 범죄에 빠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확산되고 있는 소년법 폐지 여론을 우려한다. 소년원은 학교가 아니라 갱생이 불가능하므로 적절한 교육을 통해 조기에 교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한 토론회에서 "소년범이 된 아이들은 가정형편이 안 좋거나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서 범죄자가 된 경우가 많다"면서 "적절한 보호조치만 한다면 재비행을 막을 수 있는 소년범들이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변화의 바람은 전국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창원시 진해구에 '청소년회복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창원지방법원이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사법형 그룹홈이다. 창원에서 시작한 청소년회복센터는 이후 뜻을 가진 단체 등이 설립하기 시작해 부산, 울산, 대전 등에서 19곳이 운영된다. 민간이 운영하고 법원이 운영비를 지원한다. 청소년회복센터 설립 이후 창원지법 관할 소년범 재범률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또한 대전가정법원이 시행하고 있는 '길 위 학교'도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 청소년과 성인 동행자가 약 500km를 20일에 걸쳐 도보로 완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분노조절, 자존감 향상, 자아 성찰 등에서 효과가 커 재범률을 크게 낮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존 시스템의 관성과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새로운 시도가 녹녹하지는 않다. 예산부족 등으로 타 지역 확산은커녕 운영비 마련에도 허덕이고 있다. 청소년회복센터의 경우 법원에서 보호소년을 위탁할 때 지급하는 1인당 월 50만원의 지원금과 소액의 민간후원금이 수입의 전부다 보니 항상 운영난이다. 2016년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에 따라 청소년회복지원시설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긴 했지만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다.
['위기청소년 재활의 길을 찾다' 연재기사]
▶ ①구멍뚫린 교정·교화 프로그램│ 보호관찰 청소년 재범률 성인 2배 2018-02-01
▶ ②자신을 찾아 길 위에 선 아이들│ 걷기 통한 변화로 새로운 삶 꿈꾼다 201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