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의 본격 돌입

2018-03-05 11:05:01 게재

7~9일 1차 협의시작

1조원 넘을지 관심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와이 호놀룰루에서 7일부터 9일까지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위한 제1차 고위급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대해 25% 관세폭탄을 매길 만큼 노골적인 통상압력 정책을 유지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분담협상에서도 우리정부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지나치게 적게 부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온 만큼 분담금 증액에 대한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여건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한미 양측은 1991년부터 2~5년 단위로 특별협정을 맺어왔다. 가장 최근에 맺은 협정은 2014년에 체결한 9차 협정으로 2018년 말까지 유효하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협의는 10차 협정을 위한 협상이다. 협정체결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은 그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1991년 1차 협정 당시 1073억원의 분담금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9507억원, 올해는 9602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 9차 협정 당시 양측은 분담금을 9200억원으로 합의한 다음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만큼 인상(인상률 상한 4%)키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번 10차 협상에서 분담금 총액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미측의 최근 태도를 볼 때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분담금 협상을 보면 6차(6804억원), 7차(7255억원), 8차(7600억원), 9차(9200억원)으로 기준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통상 인건비와 군사시설, 군수지원 등으로 크게 나눠진다. 인건비의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급료와 후생복지비가 주를 이루고, 군사시설은 군 막사와 전기시설 등 미군 주둔에 필요한 일부 시설의 건설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극심한 논란 끝에 도입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한 미측의 지원요청이 충분히 예상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 회의에 참석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측이 사드포대에 대한 비용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사드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할 뿐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미측이 감당키로 했다는 기존 주장과는 뉘앙스가 다른 발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 이전비용이나 증가되고 변화된 한미연합훈련 횟수와 강도, 주한미군 전력증강 등도 미측이 분담금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미측이 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최대한 유연하게 방위비 분담협상에 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체 규모를 정해두는 총액형으로 할지 아니면 필요에 따라 지급하는 소요형으로 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대한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분담금 협상은 외교부가 주무부처이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서도 미측의 증액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적잖은 물밑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안보상황과 한미동맹 차원에서 볼 때 미측의 증액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증액요구에 대해 우리정부가 최대한 방어를 하든지 아니면 일부 증액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반대급부를 충분히 챙기는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한미관계 전망리포트에서 최 강 수석연구위원은 증액을 낮추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미국 무기의 최대수입국이며, 한미간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해 미국내 일자리를 만들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대급부를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보다 가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지조치를 요구하거나 방위비 분담의 투명성 제고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지난 9차 협상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외교부 TF팀의 자체 조사 결과는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과 형사처벌 요구로까지 이어지는 등 적잖은 논란과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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