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평생학습' 지금 맛보세요
성동구 '비정규 특강' … 주민이 희망하는 주제 찾고 강의력↑
"이제 숨을 좀 쉴 것 같아요. 선별된 내용을 편안하게 접하는 것도 좋은데 같은 시간대 강좌를 두루 들을 수도 있네요. 현장에서는 이렇게 못했겠죠?"
서울 성동구 평생학습관에서 각종 공예강좌를 즐기던 문정숙(53·금호2가동)씨. 공공시설이 잇달아 휴관, 답답함이 최고조에 달한 즈음 유튜브 강좌를 만났다. 성동구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주민들 학구열에 호응하기 위해 마련한 맛보기 강좌 '비(Be)정규 특강'이다. 문씨는 "원할 때 공부하는 새로운 체험"이라며 "강사와 온라인 소통공간을 마련해 영상강좌의 한계를 보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 특강은 '~되다(be)'와 '~전에(before)'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따온 말로 '맛보기 강좌'를 통해 '정규 특강이 되다' '정규강좌 전 특강'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계기로 강의에 목마른 주민들과 오랜 동안 강단에 설 기회가 막힌 강사 모두를 위해 준비했다.
화상회의를 비롯해 밴드 등 여러 도구를 검토했다. 화상회의 방식은 쌍방향 소통에는 좋지만 평생학습 주 고객층인 중장년에는 생소했고 등산모임 등에서 활용도가 높은 밴드는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다. 최근 들어 트로트 열풍으로 '검색력'이 높아진 점에 착안, 유튜브로 낙점했다.
지난달 강사를 공개모집하면서 시범강의를 담은 영상을 강의계획과 함께 받았다. 영상과 자막 등을 보완, 순차적으로 성동구 유튜브에 내건다는 조건을 붙였다. 주제가 동떨어지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영상을 제외, 35건을 선정했다.
간단하지만 활용도 높은 수채화 기초, 보는 것만으로도 열정이 넘치는 난타 등이 이미 선을 보였다. 영국박물관 소장 유물에 이야기를 더해 소개하거나 인문학을 더한 고전음악 등 인문학을 특화한 성동구 평생학습관 '독서당인문아카데미'에 걸맞은 강좌도 있다.
각 주민자치회관과 문화센터 등이 코로나19로 막힌 가운데 강사들에도 숨통이 트였다. 면접을 대신해 제출한 영상에 적지만 사례를 했고 사태가 진정된 이후 우선 강단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면강의까지 공공에서 유튜브를 통해 강사 역량을 홍보하는 동시에 주민들 호응을 확인한다는 취지도 있다. 인기 영상은 연재 강좌로 엮을 계획이다.
공모에 선정된 강사 가운데 절반은 새로 발굴한 인재들이라 구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연고를 둔 강사가 17명에 달한다. 임수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처럼 온라인 강의 경력이 10년 가까운데 지역 평생학습 현장으로 발길을 돌린 이도 있다. 임 교수는 "사이버대학에서 만난 늦깎이 학생들 열정에 감동, 재능기부를 한다는 의미로 합류했다"며 "집에서 편히 들을 수 있는 강좌가 시대적 흐름이 됐지만 수강생들을 하루빨리 현장에서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비정규 특강은 한달여만에 인근 지자체 관심을 모을 정도로 안착했다. 성동구는 숨은 공로자로 영상 완성도를 높인 강정규(31·홍익동)씨를 꼽는다. 방송제작을 꿈꾸는 그는 공부 겸 서고·자료정리와 학습관 안내를 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응모했는데 휴관이 길어지면서 본 실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순위가 올라가고 있는 '교육3관왕 평생학습도시 성동' 홍보 동영상도 강정규씨 작품이다.
누구보다 정규씨가 정규직이 됐으면 한다는 평생학습팀 바람은 현실화돼가고 있다. 그는 다음달 '영상강의 촬영기법과 편집' 맛보기 강좌를 맡았다. 강씨는 "비정규특강을 준비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다"며 "비접촉시대에 맞는 영상강의 분야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비정규특강을 시작으로 '어디서나·누구나 배우고 싶은, 찾고 싶은' 성동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강좌를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코로나19로 멈췄던 배움이 비정규특강을 통해 이어졌으면 한다"며 "위기를 발판삼아 학습자 중심 온·오프라인 융합교육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