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포트
‘유엔사 횡포’ 언제까지 당할 텐가
70년 전 6.25전쟁의 화마에서 우리를 구해준 고마운 존재. 하지만 지금은 남북 화해협력 과정에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는 불편한 존재.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두개 얼굴이다.
유엔사는 유엔에서 인정하는 공식기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유엔이라는 명칭과 유엔 깃발을 사용한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는 유엔사 해체 결의안까지 통과된 바 있고, 유엔 깃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엔 모자를 쓴 미군’이라는 유엔사의 불편한 진실이다.
7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존재의미도 완전히 달라졌다. 정전협정 유지관리라는 군사적 범위에 국한해야 하지만 틈만 나면 월권(?)을 시도한다. 맥없이 당하는 것은 늘 우리다. 영토주권과 군사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광활한 DMZ(비무장지대)는 사실상 유엔사의 영토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빗대 “지도를 놓고 가만히 보면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유엔사 소유의 DMZ로 3분돼 있다”고 말할 정도다.
사사건건 막히는 교류협력
남북한 화해모드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유엔사의 간섭과 통제는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일례로 △남북철도 경의선 북측구간 현지조사 통행 신청 불허(2018.8) △민화협 새해맞이 행사 취재장비 반출 요구 불허(2019.2) △통일부 차관 등 한독 통일자문위 고성 GP 방문 신청 불허(2019.6) △통일부 장관 대성동 마을 방문 신청, 기자단 출입 불허(2019.8) 등이 대표적이다.
전해철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엔사의 허가권 행사가 정전협정에서 부여한 목적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평화를 진전시키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합리적으로 행사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남북 양측에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민통선 내에 있는 도라전망대에 집무실 설치를 추진했지만 유엔사에 가로막혔다. 관할 군부대는 ‘조건부 동의’를 했지만 약속한 날짜 하루 전인 9일 유엔사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결국 거부했다.
이에 이 부지사는 지난달 10일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는 개성공단 재개선언 추진 등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경기도의 정당한 행정행위”라며 “비군사적인 경기도의 고유행정에 대한 유엔사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진각 평화누리에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고 40일 가까이 맞서고 있다. 매일 통일대교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15일에는 통일대교 남단부터 북단까지 0.9km를 삼보일배로 건너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격려방문을 하는 것을 비롯해 지지와 연대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저항에서 해체운동으로
유엔사의 월권과 횡포에 대한 저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유엔사 허가권 범위에 대한 통일부와 국방부의 유권해석이 처음 공개됐다. 통일부는 “정전협정에서는 유엔사의 권한에 대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유엔사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 DMZ/MDL(군사분계선) 통과 거부는 정전협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국방부 역시 “정전협정 선언에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DMZ 출입 및 MDL 통과 등에 대한 승인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것만이 아니다. 2019년 4월 25일 국어·영어·일어 3개 국어로 작성된 ‘유엔사령부 해체 국제선언문’의 발표를 시작으로 유엔사 해체 국제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1차 선언에는 유엔 공식 NGO인 국제민주법률가협회를 필두로 140 여명의 국내외 인사와 37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이후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이 결성됐다.
이들은 △1975년 유엔사 해체 결의 이행 촉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는 유엔사 해체 등을 주장했다. 유엔사의 존재이유에 대한 주권국가 국민들의 근원적인 문제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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