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 간 불통이 '정인이 사건' 불러
아동학대 대응 지역네트워크 절실
의심신고 시점부터 공동대응해야 … 담당자 전문성 확보도 숙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발생하면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법률 전문가, 아동보호전문요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 아동학대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6일 아동입양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학대 대처는 평소 아동학대 신호를 전문적으로 감지하고 발생했던 사례들을 꾸준히 관리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 발생 이후 관계자들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형식적인 대응이 반복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인이 사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정인이가 숨지기 20일 전인 지난해 9월 23일, 어린이집 원장의 의뢰로 정인이를 진찰했던 A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한 소아과 진료 결과와 의사의 학대소견이 홀트아동복지회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홀트측은 정인이 사망 후 언론보도를 통해 소아과 진료에서 학대소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동학대 대처를 위해 의료지원 공동대응 체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인이 사건'을 보면 A소아과 의사의 112신고가 접수된 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병원진료 결과를 바탕으로 정인이를 또 다른 병원에 데려가 재확인작업을 했다. 하지만 주변에 전문의료기관이 없어 지역소재 일반 소아과에 방문했다. 사전정보가 부족했던 일반 소아과에서는 진료 결과 정인이의 상태가 구내염 등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경찰로 연계되는 절차가 끊겨 버렸다. 정인이가 피해 아동이었다는 사실을 의료진이 인지할 수 있었거나, 아동학대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이 진료를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아동학대 문제에 숙련된 전문 의료진이 꾸준히 추적 관찰하면서 아동의 안전을 살피지 않는다면 정인이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진이 아이들을 진료할 때 과거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들에게만 별도의 '알림' 기능을 시스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동학대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인력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접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의 경우 대표적인 기피보직이다.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에 각종 민원·소송에 시달려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버티지 못한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각 지자체에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도 사실상 순환보직이라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양천구의 경우 지난해 10월1일자로 전담공무원 1명이 배치됐다. 양천구에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는 110여 건으로 하루 평균 1건인데 반해 현장조사부터 연계까지 담당해야 하는 공무원은 1명뿐이다.
경찰청은 정인이 사건 파장이 확산되자 지난해 12월 28일 APO 660여명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250여명,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워크숍을 열고 현장 지침을 교육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도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아동학대 대응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방안 연구용역을 이른 시일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와 파급력을 고려해 경찰청에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를 전담하는 아동학대 총괄부서를 신설하고 관련부처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모든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총 664명을 배치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안정적인 아동학대 대응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외에 약사, 위탁가정 부모 등 아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군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추가해 조기발견 시스템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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