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전차선로 작업 안전관리 '허술'

2021-02-02 12:12:48 게재

코로나 핑계 … 서류보고에만 의존

뒤늦게 현장점검, A형사다리 교체

현장선 사용금지된 지네발 버젓이

지하철, KTX 등 전차선 설치·보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데도 국가철도공단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서류에만 의존한 안전관리로 공사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어둠을 뚫고│21일 오전 울산 태화강역 인근 동해 남부선 선로에서 전차선 노동자들이 전차선 높이 조정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시스템비계형 작업대차, 오른쪽은 A형사다리 작업대차다. 울산=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지난달 21일 내일신문은 <전차선 공사현장은 안전지침 '무시'> 기사를 통해 철도공단이 지난해 11월 '전차선로 공사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안전지침을 각 공사현장에 내려 보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묵살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철도공단은 이날 저녁 해명자료를 통해 "사고 및 장애없는 안전한 철도건설을 최우선으로 해 작업자 보호용 안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 공사 추진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안전관리 지시사항 준수여부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철도건설현장 내 안전수칙 미이행 및 안전관리 미흠 현장파악을 위해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차선로 설치·보수작업 현장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새벽 부산-울산 복선전철 '덕하-태화강간 전차선로 신설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10m 높이의 빔에 올라가기 위해 4.6m를 A형사다리로 올라간 뒤, 추가로 지네발 사다리를 빔(수평구조물)에 걸어서 위태롭게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전국건설노조 전차선지부 제공

철도공단의 안전지침에는 신설선 작업현장에는 안전보건공단 인증을 받은 틀비계형(상자식) 사다리차 사용, 작업자가 임의로 제작한 장비(지네발 등) 사용금지, 수평(빔) 및 수직(지지물) 생명줄 설치, 야간작업 조도(5lux) 확보 등이 담겼다.

전국건설노조 전차선지부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이러한 철도공단의 해명에도 26일 새벽(오전 1~4시) 부산-울산 복선전철 '덕하-태화강간 전차선로 신설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10m 높이의 빔에 올라가기 위해 4.6m A형사다리로 올라간 뒤, 추가로 지네발 사다리를 빔에 걸어서 위태롭게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전면 사용금지된 지네발이 그것도 야간작업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차에 전기를 공급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고공 수평구조물인 '빔'에서 작업자가 수평바(생명줄) 없이 이동하는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게다가 작업자들은 대부분 헤드랜턴에 의지해 작업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너무 밝은 조명은 오히려 눈이 부셔 위험하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LED 조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현장점검을 하지 못하고 감리쪽의 서류보고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현장은 책임자 퇴출, 벌점 부과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간작업 조도 확보에 대해서는 "현장작업 조도를 확보하도록 지시했고 예산이 동반된다면 반영하도록 조치했다"며 "다시한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철도공단 영남본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7일 노조와 함께 현장점검을 하고 28일부터 A형사다리를 시스템비계 작업대차로 바꿨다"면서 "30~40년 오랜 관행이라 잘 바뀌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이후에야 현장점검을 나간 것이다.

배정만 건설노조 전차선지부장은 "2개월이 지나서야 철도공단의 지침 중 A형사다리만 시스템비계 작업대차로 교체됐다"며 "일부 현장이 아닌 전현장에서 작업속도를 이유로 안전지침이 무시되고 앴다"고 말했다. 이어 "350여명 전차선 노동자 중 고소작업자는 200여명인데 이 가운데 14명이 지난해 크게 다쳤다. 이는 7%에 해당한다"며 "전차선 노동자들은 안전고리나 안전난간도 없이 공사를 하고 있는데도 철도공단에서는 방관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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