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승리 … '야권 얼굴들' 표정 엇갈렸다
위기 김종인, 다시 한번 기회
안철수, 중도확장 공간 협소
반김종인파·당권주자 '불안'
윤석열, 제3지대 놓고 '고민'
2단계 경선을 거쳐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자, 야권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당초 열세로 꼽혔던 오 후보의 극적인 승리였기 때문에 야권 인사들의 손익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당사자인 오 후보가 최대 수혜자임은 물론이다. 2011년 서울시장 중도사퇴 이후 10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온 오 후보는 이번 승리를 통해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총선 실패와 전당대회 낙선을 넘어 재기했다는 평가다. 여세를 몰아 4.7 재보선에서도 승리한다면 오 후보는 야권재편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선 서울시장의 무게감을 앞세워 명실상부한 대선주자로 분류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이겼다면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해말 '안철수 대세론'이 불고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제3지대행'이 점쳐지자 국민의힘은 '해체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김종인 책임론'이 나올 판이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오 후보가 승리하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본선 승리까지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까지 치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다고해도 야권재편 과정에서 무게 있는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
손실이 가장 큰 인사는 패배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일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체급까지 낮춰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안 후보는 23일 "시대와 국민이 제게 주신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해 정치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보인다. 안 후보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중도를 윤석열 전 총장이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윤 전 총장이 이미 중도를 상당히 차지해버렸기 때문에 안 후보로선 (지지를) 확장할 공간이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반 김종인'으로 분류됐던 김무성 전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향후 야권재편 과정에서 입지가 불안하게 됐다. 오 후보가 본선마저 승리하면서 김 위원장의의 존재감이 커진다면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 전 의원은 향후 선택이 불투명해지게 된다. 홍 의원의 '복당 꿈'도 마찬가지다.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후보군도 '안갯속' 정국에 표정이 복잡해졌다. 차기당권 후보로는 김무성 전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조경태·윤영석·홍문표 의원 등이 꼽힌다. '김종인 변수'로 전당대회 여부조차 불투명한데다, 전당대회가 열린다고해도 '오세훈 바람'의 여파로 새 얼굴이나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출마후보군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총장 사퇴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안 후보가 이겼다면 윤 전 총장이 한결 가볍게 '제3지대행'을 결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 후보가 이기면서 국민의힘이 야권재편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열렸다. 윤 전 총장으로선 본선 결과까지 지켜본 뒤 자신의 거취를 가늠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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