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승리 … '야권 얼굴들' 표정 엇갈렸다

2021-03-24 11:21:51 게재

위기 김종인, 다시 한번 기회

안철수, 중도확장 공간 협소

반김종인파·당권주자 '불안'

윤석열, 제3지대 놓고 '고민'

2단계 경선을 거쳐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자, 야권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당초 열세로 꼽혔던 오 후보의 극적인 승리였기 때문에 야권 인사들의 손익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5.18묘지 들어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 광주를 찾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5·18 민주 묘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당사자인 오 후보가 최대 수혜자임은 물론이다. 2011년 서울시장 중도사퇴 이후 10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온 오 후보는 이번 승리를 통해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총선 실패와 전당대회 낙선을 넘어 재기했다는 평가다. 여세를 몰아 4.7 재보선에서도 승리한다면 오 후보는 야권재편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선 서울시장의 무게감을 앞세워 명실상부한 대선주자로 분류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이겼다면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해말 '안철수 대세론'이 불고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제3지대행'이 점쳐지자 국민의힘은 '해체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김종인 책임론'이 나올 판이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오 후보가 승리하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본선 승리까지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까지 치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다고해도 야권재편 과정에서 무게 있는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

손실이 가장 큰 인사는 패배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일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체급까지 낮춰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안 후보는 23일 "시대와 국민이 제게 주신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해 정치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보인다. 안 후보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중도를 윤석열 전 총장이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윤 전 총장이 이미 중도를 상당히 차지해버렸기 때문에 안 후보로선 (지지를) 확장할 공간이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반 김종인'으로 분류됐던 김무성 전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향후 야권재편 과정에서 입지가 불안하게 됐다. 오 후보가 본선마저 승리하면서 김 위원장의의 존재감이 커진다면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 전 의원은 향후 선택이 불투명해지게 된다. 홍 의원의 '복당 꿈'도 마찬가지다.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후보군도 '안갯속' 정국에 표정이 복잡해졌다. 차기당권 후보로는 김무성 전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조경태·윤영석·홍문표 의원 등이 꼽힌다. '김종인 변수'로 전당대회 여부조차 불투명한데다, 전당대회가 열린다고해도 '오세훈 바람'의 여파로 새 얼굴이나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출마후보군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총장 사퇴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안 후보가 이겼다면 윤 전 총장이 한결 가볍게 '제3지대행'을 결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 후보가 이기면서 국민의힘이 야권재편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열렸다. 윤 전 총장으로선 본선 결과까지 지켜본 뒤 자신의 거취를 가늠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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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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