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까치와의 전쟁’ 이제 AI로 치른다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류의 삶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언택트시대를 견인하며 경제구조와 산업생태가 전환기를 맞았다. 특히 인공지능(AI)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더불어 4차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감염증과의 사투를 치르며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인류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산업분야로 AI의 영역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시설물 안전을 분석하는 AI 모니터링 기술은 IoT센서와 연동, 건물 진동과 기계 전류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징후를 예측한다. CCTV 영상을 감시하는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몰래카메라 소매치기 등의 범죄를 포착해 범인을 추적한다.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간과 기상조건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철도안전 분야에서도 AI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퇴근 시간 주요역의 혼잡을 줄이는 ‘고객감지형 CCTV’를 설치해 자동안내방송과 이용객 동선 안내로 안전하고 쾌적한 역사를 만드는 스마트스테이션이 올해 말 선보인다. 노후설비를 로봇자동화 설비로 교체하고, 지장물을 자가진단해 실시간으로 통보하는 스마트 건널목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150km 속도에서 까치집 95% 판독
AI기술은 전차선 위의 까치와의 전쟁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2만5000볼트 고압 전차선 위에 지어진 까치집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나 철사 등 이물질은 전기공급을 차단해 열차운행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2017년 2월 구로역 인근에서 까치집으로 인한 단전사고가 발생해 19개 수도권전철이 운행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에 까치가 둥지를 트는 산란기인 매년 3~5월은 하루 2회 작업자가 열차 운전실에 탑승하거나 도보로 이동하면서 육안으로 까치집 유무를 점검해왔다.
한편에서는 까치집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제거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부터 AI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열차 운전실에 영상장비를 설치해 달리는 열차에서 촬영한 화상정보를 AI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개발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150 km 속도의 열차에서 위험요인을 판독해 위치를 전송해야 했으나 초기 정확도는 65%에 불과했다. 전차선과 까치집을 정교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AI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방식을 도입했다. 전차선을 구성하는 복잡한 구조와 까치집과의 유사한 형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구분하는 학습을 실시한 결과 정확도는 95%에 이르렀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실시간 까치집 자동검출시스템’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돼 476개의 까치집을 발견했다. 작업자가 육안으로 점검한 것을 포함해 5568개의 까치집을 없앴으며 이로 인한 전차선 단전장애는 단 한건만 발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3.8건에서 크게 줄었다. 현재 경부선과 호남선을 달리는 ITX-새마을에 설치해 운영 중이며 오는 4월부터 수도권전철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IoT 기반의 스마트 철도기술 구현할 것
한국철도는 실시간 까치집 자동검출시스템으로 향후 20년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고 상시 점검으로 열차운행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다. 우리 공사의 힘으로 AI를 활용한 최첨단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값진 자신감도 얻었다. 한국철도는 앞으로도 드론을 비롯한 선진 유지보수 시스템을 현장에 과감히 도입하고 IoT 기반의 스마트 철도기술을 발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