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나라당과 다른 2021년 민주당 '패배 이후'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절박함의 강도'를 결정한다"

2021-04-13 10:53:56 게재

2011년, 총선 6개월 앞두고 다 바꾼 한나라당

"총선 3년 남았다 … 야당이 좋다" 분위기도

"민주당 '질서있는 쇄신', 진정성 의심" 지적

2021년 4월의 재보궐선거는 10년전인 2011년 10월에 치른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판박이다. 여당에 의한 재보궐선거 발생, 야당의 단일화뿐만 아니라 여당의 패배까지 동일하다.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등 등장인물도 위치와 상황이 달라졌을 뿐 같다.

하지만 패배 이후 여당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그 이유를 여당 내부의 '절박함의 부재'로 보는 시각이 있다.
4.7재보선 관련 입장 발표하는 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 위원들 | 더불어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 김손 위원장 등 위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4.7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10년 전엔 재보선 직후에 총선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현재는 21대 국회가 가동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고 22대 총선도 3년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여당이 합리성과 이성을 앞세워 '질서 있는 쇄신'을 강조할 만큼 다소 여유로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12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11년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행보를 '반면교사'의 사례로 제시했다. 조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이명박정부는 급전직하했다. 디도스사태까지 벌어졌다"면서 "하지만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던 박근혜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당색을 금기시되던 빨간색으로 바꾸고 김종인 이준석 등 기존 당주류와 구별되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비대위원으로 등용해 경제민주화 등 중도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개혁적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했다. 그러고는 "결국 2012년 19대 총선과 그해 말 18대 대선에서 승리했다"고도 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새누리당은 1당을 유지하면서 18대 131석이었던 의석수를 더 늘렸다.

◆"처절한 실천이 전제" = 4.7 재보선에 패배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행보는 '질서있는 쇄신'에 쏠려 있다. 차분하고 냉철한 분석과 이에 따른 반성, 대안을 내놓는 '일반적인' 위기극복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실상 임기가 끝난 지도부의 사퇴와 초선모임의 정례화, 페이스북과 성명을 통한 반성문 릴레이 등이 진행 중이다.

'쇄신'의 강도와 속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의미 있는 '책임 자세'가 보이지 않고 과감한 쇄신 메시지가 담긴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그간의 우리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앞서야 하고 이에 따른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해 처절하게 실천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며 "통렬한 반성과 성찰은 잘못한 지점이 어디이고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진정성 있게 매우 구체적으로 고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간략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과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잘못했다'는 단어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어렵다"며 "한동안 지속돼온 기존 지형의 세력교체가 필요하고 당의 구성원들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느새 기득권 정당이 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 철저하고 진지한 성찰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감한 쇄신' 안 나오는 이유 = 민주당에서 반성과 성찰이 '말의 향연'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 시각에서는 민주당의 '질서 있는 쇄신'이 절실함과 간절함이 묻어있는 상황인식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국회의원의 경우엔 이제 임기가 시작됐고 다음 총선까지는 3년 정도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재보선 패배와 대선 패배 가능성 등이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자신의 총선, 지역구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면 '질서 있는 쇄신'을 말하겠는가"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모든 지역구에서 패배한 셈이다. 4개 동에서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2011년엔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재보선 패배 이후 과감한 쇄신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가 있고 3년후에야 총선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당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긴박감이나 절실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질서있는 쇄신'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는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직업 정치인으로 변모한 지 오래"라고 했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는 "야당 때가 좋았다", "국회의원은 야당이 할 만 하다"는 등의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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