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
"가로수 살리며 마을 공동체까지 회복"
미국 뉴욕에는 도심 가로수 지도 있어
시민이 함께 키우며 통합적으로 관리
"도심 가로수는 산림에 있는 나무가 아닌, 필요에 의해서 도입된 측면이 있다 보니 가지치기를 안할 수는 없어요. 학술적인 측면의 가로수 관리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건 시민의 손길이 반영된 나무입니다."
12일 서울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44)의 말이다.
시민모임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은 지난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과도한 가지치기 등 잘못된 가로수 관리에 관해 시민들이 제보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개선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청 앞 덕수궁 돌담길 옆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20여그루가 잘리지 않도록 하는 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사람숲길 조성 공사를 하면서 해당 나무 뿌리들이 덕수궁 담장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벌목을 하려고 했지만 시민들이 반대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한 끝에 벌목을 하지 않고 썩은 가지들을 잘라내는 정도로 정리가 됐다.
잘못된 '표준품셈' 바로잡아야
"나뭇가지의 25% 이상을 자르면 나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 수가 없어요. 나뭇가지가 잘리는 양을 철저하게 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팅 방식도 고려를 해야 해요. 산림청 고시인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에서 기본적인 원칙은 명시하고 있지만 처벌규정 등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최 대표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는 도심 가로수 온라인 지도가 있다. 도시숲 탐색과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가로수 한그루 마다 생물학적 정보와 관리현황 및 생태적 혜택을 알려준다. '내 나무'를 등록해 여러 활동을 기록하고 관련 내용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도 가능하다. 단순히 지도 개념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나무를 키우며 소통하는 하나의 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가로수 가지치기뿐만 아니라 도시 조경 등 전체적인 업무 능력이 있는 업체에 해당 업무를 맡긴다. 공원과 사유지, 도로가로수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식이다. 우리처럼 분절적으로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최 대표는 "해외 수목원 등은 아보리스트(수목관리전문가)들이 가지치기 등 나무 관리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련 민간자격증제도가 있지만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강전정(강한 가지치기)보다 약전정(약한 가지치기)이 더 힘들고 돈이 많이 들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가로수 가지치기 관련 비용 산정의 기준이 되는 한국표준품셈에는 이러한 사항이 제대로 반영이 되어있지 않아 문제"라고 덧붙였다.
관리 사각지대 예방 '도시나무보호법' 필요
"잘못된 가지치기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민원 얘기를 많이 하세요. 간판 가린다, 열매 떨어져 살 수가 없다 등 각종 민원 등쌀에 가지치기를 안할 수 없다는 거죠. 정말인가 해서 통계를 받아 봤더니 나무를 보호해달라는 민원은 약 6%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없어요. 하지만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서 직접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2/3 정도가 가로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죠. 실제 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하지만 항의를 하지 않고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최 대표가 가로수 살리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회에 알리고 나아가 잘못된 법제도와 기술들을 정비해나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시숲법)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로수 관리 측면에서는 기존 법규나 조례와 큰 차이가 없어요. 여전히 공개공지에서 민간이 관리하는 나무들은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죠. 장기적으로 포괄적인 도시나무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못된 가지치기나 가로수 관리라 여기는 부분의 상당수가 공개공지에 있는 나무들입니다. 앞으로 시민들과 힘을 모아 이러한 법 제도들을 정비해나갈 계획입니다."
공개공지란 오피스빌딩 등 대지면적에서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공간을 말한다.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하여 일정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은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소규모 휴게시설 등의 공개공지를 설치해야 한다.
도시숲법은 도시숲의 체계적인 조성과 생태적인 관리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 밖을 나가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동네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밭에서 가져왔든 야생에서 났든, 나무의 존엄성을 보장해주고 고유의 성장방식과 특색을 배려해줘야죠. 나무가 도시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친구 동료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려면 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체까지 살아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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