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분화되나…골 깊어지는 민주당-정의당
2021-05-17 11:19:05 게재
'문-류 사태'로 드러난 반목
정의당, 여당과 차별화 주력
20대 대선 변수 작용 가능성
17일 정의당 관계자는 "지난 13일 본회의장에서 배 원내대표 발언은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합의로 이뤄진 것인데 발언 내내 민주당은 야유를 퍼부었고 발언 직후에 자리에 와서 항의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달리 정의당은 의총을 통해 임명동의절차에 참여, 동의하기로 하고 들어왔다"며 "의사규칙에 따른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야당 원내대표에게 와서 직접 현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배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문재인정부의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여기저기에서 야유 등으로 대응했다. 자리에 들어온 배 원내대표에 민주당 문정복 의원과 홍기원 의원이 찾아와 발언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반발하자 말싸움이 붙었다.
◆"촛불정부로 시작해 내로남불 정부" = 정의당은 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으로 규정했다. 그러고는 '야당'으로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비판했다.
정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혜숙, 노형욱 장관 임명'과 '보고서 채택 없이 인준된 국무총리'와 관련해 "민주화이래 이런 정부는 없었다"며 "야당일 때는 한없이 높은 윤리기준을 제시하고 여당일 때 한없이 낮은 윤리기준을 잣대로 삼는다면 시민이 어떻게 정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정의당 전 대표인 심상정 의원은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권 말기로 가면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돼, 이런 강박관념 같은 게 있다"면서 "국회에서는 국민 눈높이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국민의 눈높이는 내가 정하겠다 이런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민주당의 부자감세 의지,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대한 소극적 태도, 무기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원죄 등을 따졌다.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부담 완화 등을 검토하고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지가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만지작거리는 여당에 "표를 의식한 것"이라며 "주로 접촉하는 분들이 주로 좋은 집 가진 부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지금 귀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법 제정과정에서) 핵심적 조항 다 걷어냈다"고 때렸다.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여당조차도 기재부 핑계 대는데 참 완전히 책임회피나 무능정부를 말하는 것 이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야당과 여당 의원이 모두 찬성하는데) 아직까지 법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을 배신했다"고 말한 바 있는 심 의원은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지난 4.7보선에서 냉정하게 내려졌다"면서 "촛불정부로 시작해서 내로남불 정부가 됐다"고 했다.
◆"180석 민주당, 6석 정의당에 위력 가해" = 민주당과 정의당은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지난 13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항의하러 온 민주당 홍기원·문정복 의원에 대해 "180여석의 집권당이 이런 기본적 의사규범을 어겨가며 6석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위력을 가하는 것은 법과 절차를 떠나 평범한 시민의 윤리감정으로도 용인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당이 만만해요? (국민의힘) 저기다가는 한마디로 못하면서 여기 와서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했다. 앞서 문정복 의원은 "야", "어디서 지금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주 대변인은 "문정복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박원석 정의당 사무총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 "전임자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나라답지 않은 나라는 그대로"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당은 지지층들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자 중 민주당에 호감을 갖고 있는 비중이 34%에 그쳤다. 비호감은 60%에 달했다. 정의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의 이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5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자들이 대통령 국정지지도 평가에서 긍정평가가 42%에 그치고 부정평가가 5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진보진영의 민주당 지지율은 52%였으며 정의당 지지율도 10%로 나왔다. 진보진영의 분화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20대 대선에서 이러한 현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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